<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한 보험 대리점의 SNS 광고마케팅 알바를 2개월 넘게 한 30대 근로자 A씨. 임금체불을 당해 고용노동청에 신고했지만, 현장에 나온 근로감독관은 임금체불을 인정하면서도 체불 확인서의 임금을 '203만원'으로 적었다. 수습기간의 급여를 근로계약서상 약정급여의 70%로 계산한 것이었다. 납득할 수 없었던 A는 결국 법률구조공단으로 향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김건우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근로감독관의 주장이 잘못됐음을 인지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수습 기간 주에도 급여의 90%를 지급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이에 따라 금액을 288만원으로 다시 계산해 전주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승소한 끝에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20일 법률구조공단이 제공한 사례에 따르면 근로감독관들의 계산 잘못으로 피해를 본 사례는 또 있다.
20대 근로자 B씨는 2019년 2월부터 약 2년 2개월 동안 카페에서 근무한 뒤 퇴직했지만, 카페 주인이 주휴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자 노동청에 진정했다.
현장에 나온 근로감독관이 처음에는 B씨의 주장대로 사실관계와 체불금액을 특정했지만, 카페 주인이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에서 차감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를 받아들여 325만원의 체불임금 확인서를 발급했다.
B씨의 의뢰로 이 사건을 맡게 된 김 변호사는 B씨에게 주어진 휴게시간이 형식적이었고 실제로는 근무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행히 B씨가 근무시간을 꼼꼼히 기록한 자료가 있었고, 이를 토대로 김 변호사는 근로시간을 재산정해 청구금액을 745만원으로 2.3배나 늘렸다. 현재 B씨는 전주지법 1심에서 승소했고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다.
김 변호사는 "주휴수당은 퇴직금의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며 "과소 산정된 경우 근로자의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일은 현장에서 적지 않다는 게 법률구조공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현장의 근로감독관들이 법리에 맞지 않는 주장을 수용하거나, 근로관련 법령을 잘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금을 잘못 계산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 근로자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의 노동기본권을 일차적으로 수호해야 하는 근로감독관이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대해 충분한 숙지를 하고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근로자들이 노동법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근로감독관만 쳐다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조금 줄긴 했지만, 지난해 임금체불이 인정된 근로자는 24만명에 신고 처리 건수는 32만3000건에 육박한다"며 "2000명이 안 되는 근로감독관들의 업무 과중 해결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근로감독관은 1925명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