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상장에 열을 올렸던 증권사들이 잇달아 공모를 철회하고 있다. 일반청약에서 미달 사태가 빚어지자 남은 물량을 증권사가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당분간 스팩 설립 열기도 주춤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비전스팩2호와 유안타12호스팩 등 두 곳이 코스닥시장 상장을 철회했다. 올해 들어 스팩이 상장을 중단한 것은 미래에셋드림스팩1호와 유안타11호스팩에 이어 네 번째다. 두 회사는 지난 12~13일 기관 수요예측을 시행한 뒤 이날 발행 조건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미래에셋비전스팩2호는 기관투자가 수요를 겨우 채웠음에도 일반청약에서 대거 미달 가능성을 고려해 상장 중단을 결정했다.
스팩은 그동안 안정적인 투자처로 주목받았지만 예·적금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투자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6~7일 일반청약을 마감한 NH스팩27호와 IBKS스팩21호는 나란히 청약 미달 사태를 빚었다.
증권사들은 내년으로 스팩 설립을 연기하고 있다. IPO 시장이 회복되는 시기에 공모를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너무 많은 스팩이 쏟아져나오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해 청산하는 스팩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스팩 투자 열기는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사그라들었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스팩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두 자릿수를 유지했으나 11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도 과거 1000 대 1 이상 치솟았으나 최근에는 간신히 수요를 채우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