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앞에서도 나온 이자부담 토로…대출이자 1년 만에 2배 껑충

입력 2022-12-18 07:30

"주담대 금리가 8%라니…제발 좀 그만 올라라. 오래 살진 않았지만 사는게 힘드네요. 부동산 시대는 이제 끝났나봅니다."

은행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연 7.7%까지 오르면서 대출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인상 기조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영끌족들이 고금리 상황을 계속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가 나온다.

1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4.34%를 기록했다. 전월(3.98%) 대비 0.36%포인트 뛴 것으로, 2010년 2월 코픽스 공시가 시작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코픽스가 급등한 배경은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데 따른 것이다.

코픽스는 은행이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하게 된 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으로, 상승폭 만큼 변동금리 대출상품이 그대로 영향을 받는다. 이에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금리가 16일부터 0.25%포인트 상승하면서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경우 최고 연 7.7%, 전세대출은 최고 연 7.6%까지 뛰게 됐다.

문제는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12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내년 금리인하는 없다고 못박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금리인상 속도보다 최종금리 수준과 지속기간이 중요하다"며 "인플레이션 둔화를 확신할때까지 금리인하는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은행은 미국보다 금리인상을 먼저 종료하기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미간 금리 격차가 커지는 점도 부담이다. 금리 차가 커지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고 원화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안정세를 찾아가는 국내 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다. 현재 한은은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물가가 다시 오르면 한은의 통화긴축 속도가 다시 빨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12월 금리인상으로 현재 한미 금리 격차는 1.25%로 벌어졌다. 과거 한미 금리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것은 2000년 1.5%포인트 수준이었다. 공개된 점도표(FOMC 위원들이 생각하는 적절한 금리 전망을 취합한 지표)에 따르면 Fed는 내년 최종금리를 종전 예상치보다 높은 5∼5.25%(중간값 5.1%)로 내놨다. 미국이 예상보다 더 금리를 올리면 최종금리로 연 3.5% 수준을 전망하고 있는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더 높게 올리고 오랜기간 긴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많은 선진국보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국내 차주들이 더 크게 느낀다. 한국은행이 주요 선진국처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80%에 달한다.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되면 가계대출 가운데 70%를 차지하는 주담대 금리 상단이 조만간 연 8%를 넘어서고 내년엔 연 10%에 이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연 2.8% 금리로 주담대 4억원을 받은 차주가 매달 이자를 93만원씩 냈다면, 1년 후인 현재는 금리가 5.59%로 올라 매월 상환액이 186만원으로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최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도 이자 부담을 호소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시민은 "재작년 연 2.5% 수준에서 주담대를 받아 집을 샀는데 현재는 연 6%대로 올랐다"며 "고정지출비용이 너무 많이 나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수요 규제를 풀어서 집값 하락이라도 막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몇 년 간 집 값이 오르면서 걱정한 많은 국민들이 '영끌' 대출에 나서며 고통과 상실감을 느꼈다"며 "지금은 고금리가 주도하는 자산가치 하락을 맞고 있는 만큼 수요 규제를 조금 더 빠른 속도로 풀어 시장이 안정을 찾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