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먹튀' 경태 아부지, 첫 재판서 "사기 관여 안했다"

입력 2022-12-16 15:06
수정 2022-12-16 15:07

'경태아부지'로 불리며 반려견 치료비 명목으로 6억원대 기부금을 받고 잠적한 전직 택배기사와 그의 연인이 법정에 섰다.

16일 오전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민성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사기와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택배기사 A씨(34)와 그의 여자친구 B씨(38)에 대한 첫 공판에서 두 사람은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A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일부 범행에 대해서 "B씨와 공모하거나 사기 범행을 인식하고 관여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B씨 측은 "공모한 사실은 인정하나 지시하지는 않았다"며 "A씨가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B씨가 주범이라고 했기에 진술 증거 일체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A씨 측 변호인은 "두 피고인이 주장이 매우 달라서 법정에서 증거를 다투고자 한다"고 예고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B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A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과 A씨 친형에 대한 증인신문에 대해서는 신청서를 검토한 뒤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A씨는 2020년 12월 몰티즈 견종 '경태'를 택배 차량 조수석에 태우고 다니는 모습으로 유명해졌다. 경태는 2013년 화단에 뼈가 부러진 채 버려져 있다가 입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월 경태를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했다.

이후 A씨와 B씨는 반려견 '경태'와 또 다른 반려견 '태희'의 치료비 명목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기부금을 모집하고 돈을 빌린 뒤 잠적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횡령한 기부금과 빌린 돈 6억1070만원 중 대부분을 도박에 사용하거나 빚을 갚는 데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지난 11월10일 건강상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허가받고 병원을 벗어나 약 한 달간 도주하다 지난 8일 대구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가 도주 사실에 관해 묻자 B씨는 "죄송하다"고 답했다.

이들의 다음 공판은 내년 1월18일 오후 4시에 열린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