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모두의 은행'…카뱅스러운 마케팅

입력 2022-12-16 09:42
수정 2022-12-16 15:05

“‘카카오뱅크스러운’ 마케팅을 하자!”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카뱅)는 기존 은행들과 다른 차별적 사용가치에 기반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 카카오뱅크가 편리하고, 이롭고, 신뢰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마케팅에 집중한다. “사용해보고 싶다”, “역시 카뱅은 다르다”는 고객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금융권에서 유명 스타를 모델로 활용하는 것과 달리, 카카오뱅크의 상품과 서비스가 가진 본질적 가치를 알리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질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 생활 밀착감, 친근함을 내재한 마케팅으로 대중적인 호감 및 선호도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고, 동시에 트렌드를 반영한 키치하거나 힙한 요소들을 접목해 젊고 감각적인 이미지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의 5가지 마케팅 실행 사례를 소개한다. ■ 이미 모두의 은행, 지금은 카카오뱅크지난해 7월 진행한 브랜드 캠페인 ‘이미 모두의 은행, 지금은 카카오뱅크’는 모바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쓰는 카카오뱅크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기획됐다. 카뱅을 잘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고객들의 이야기와 카뱅을 만들어가는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콘텐츠로 담아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자연스럽게 신규 고객 확보와 고객 기반 다양화로 연결됐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출범 이후 매년 고객수가 증가했다. 2017년 12월 기준 493만 명에서 2018년 794만 명으로 늘어났고, 2019년 1245만 명, 2020년 1544만 명, 2021년 1799만 명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 8일 출범 1931일 만에 대망의 2000만 고객을 달성했다.

출범 초기엔 모바일 금융 환경에 익숙한 20~40대가 고객의 중심이었다. 2018년말까지의 신규 고객 중 20대(31%)와 30대(33%), 40대(22%) 비중이 90%에 육박했다. 하지만 올들어 10월까지 연령별 신규 가입 고객 비중이 10대(19%), 20대(17%), 30대(13%) 40대(19%) 50대 이상(32%) 등으로 고객 기반이 다양해졌다.

이와 함께 카카오뱅크는 ‘일상에서 주로 쓰이는’ 계좌로 자리잡고 있다. 월 활성 이용자 수 대비 간편 결제 연동 계좌 수 비율이 52.4%에 이르고, 올해 상반기 총 이체 건수가 23억 건에 달했다. ■ ‘챗봇’을 통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카카오뱅크는 올 2월 ‘새로운 주택담보대출의 시작’이라는 마케팅 콘셉트를 선보였다. 은행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챗봇’을 통해 비대면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한 혁신적인 사용 가치를 실감나게 체감할 수 있도록 영상으로 구현했다. 주택담보대출이 필요한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 속 모습을 통해 자연스러운 사용 공감대를 형성했고, 가조회 이벤트 프로모션을 동시에 전개해 직접적인 사용 경험을 촉진하고 혜택을 제공했다.

카카오뱅크가 올 2월 출시한 주택담보대출의 대출 잔액은 10개월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구성된 챗봇 기능을 통해 서류 제출, 대출 심사, 실행까지 대화하듯 이용할 수 있다는 편의성과, 경쟁력있는 금리에 활발한 마케팅 활동이 더해져 만들어낸 성과”라고 설명했다.


■ 세상 모든 모임, 모임통장으로 모여라올 5월엔 모임통장 마케팅을 벌였다. 모임통장을 잘 이용하고 있는 동호인, 친구, 가족, 연인들의 모습을 록 밴드 모임, 세차모임, 가족모임, 야구 서포터즈, 골프모임, 예비신혼부부 등 구체적인 모임 사례로 제시해 ‘모임통장 써보고 싶다’, ‘우리 모임도 시작해봐야겠다’는 공감대를 만들었다.

카카오뱅크는 2018년 12월 모임의 회비를 투명하고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디지털로 재해석한 모임통장을 선보였다. 모임주가 모임통장에서 카카오톡의 친구 초대, 단체 카톡방 초대 기능을 통해 모임 멤버들을 간편하게 초대할 수 있고 모임 멤버들은 회비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투명한 회비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11월말 기준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의 전체 모임 멤버 수는 1320만명(중복 포함)에 달한다.

‘세상 모든 모임, 모임통장으로 모여라’ 캠페인을 진행한 올해 5월 분석 결과에 따르면, 모임통장 이용자의 연령별 분포는 30대가 34.7%로 가장 높았고, 20대 이하가 27.1%, 40대 24.1%, 50대 이상은 14.1%로 나타났다.

회사 관계자는 “모임통장은 출시 후 4년간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최근에는 친목모임이 많은 40대 이상 고객 사이에서 모임통장의 편의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 사장님에게 가장 좋은 은행카카오뱅크는 지난달 개인사업자 뱅킹을 선보이며, ‘사장님에게 가장 좋은 은행’이라는 마케팅을 시작했다. 개인사업자(사장님)들이 원하고 바라는 점을 반영한 개인사업자 통장, 대출, 카드 서비스 등을 선보이면서 ‘사업지원금’ 이벤트 프로모션을 동시에 전개했다.

개인사업자 뱅킹은 출시 한 달 만에 개인사업자 고객수가 13만명을 돌파했다. 회사 관계자는 “개인사업자의 관점에서 편의성을 높이고 혜택을 강화한 상품성에 활발한 캠페인 활동이 병행되면서 출시 첫 달 흥행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 고객 분석 결과, 4명 중 1명(27.7%)은 업력 1년 미만이었고, 1년 이상 3년 미만 30%, 3년 이상 5년 미만 22.1%, 5년 이상 사업자는 20.2%였다. 연령대별로는, 30대(34.2%)와 40대(36.5%)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20대 이하 12.5%, 50대 이상 16.8%였다.

■ 청소년 대상 서비스 mini카카오뱅크 mini는 오직 10대(만 14~18세)만 가입할 수 있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을 활용한 서비스다. 편의점과 배달음식, 버스·지하철 같은 교통 결제 등 청소년들의 주요 소비처와 제휴하고 있으며, mini 카드로 이체, 입금, ATM무료 출금 등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현재 가입자 수가 150만 명에 달할 정도로 10대 필수템이다. 우리나라 만 14~18세 인구가 약 230만명이므로, 2명 중 1명 이상이 카카오뱅크 mini를 쓰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만 14세 생일날 가입 비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만 14세 생일날 12시 정각에 mini를 가입하는 공감 스토리를 영상으로 구성했다. 이달 5일엔 카카오뱅크 앱을 이용한 mini카드 티머니 충전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추첨을 통해 3만명에게 3000원의 충전지원금을 지원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mini를 통해 50만 원까지 보유할 수 있으며, 실시간 이체는 물론 휴대폰으로 충전된 금액을 인출할 수 있고, 쓴 돈과 남은 돈을 앱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아직 경제 관념이 부족한 10대들의 금융 교육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경영 선임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과거 가장 보수적이었던 금융산업이 최근에는 그 어느 산업보다 혁신적인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핀테크, 혹은 테크핀은 이제 새로운 금융 혁신의 전형이 되었고, 기존 금융회사들도 AI, 빅데이터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해 한층 치열해진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영업점 창구를 통한 입출금, 자금 이체 서비스 이용 비중은 단 5.8%에 불과했다. 반대로 조회 서비스 기준 인터넷 뱅킹(모바일 뱅킹 포함)을 사용하는 비중은 무려 94.6%에 달했다.

필자의 경우에도 명절에 신권 교환을 위해 영업점을 찾은 일을 제외하고는 최근 은행 지점을 방문한 기억이 없다. 즉, 이제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누구나 거의 모든 금융서비스를 더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카카오뱅크는 바로 이러한 금융 혁신을 이끄는 국내의 대표적인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어느덧 2000만 고객을 확보하였고, 월간 활성 이용자 수를 의미하는 MAU도 1500만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뱅크의 성공 요인은 우선 카카오톡이라는 고객 기반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상 사용자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해당 서비스의 효용이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는데, 카카오뱅크는 이미 카카오톡을 통해 확보한 사용자 기반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였다.

또 다른 성공 요인은 기존 금융회사 고객의 락인(Lock-in)을 끊는 새로운 혁신을 시도한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서비스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인 “Stickiness of money decisions”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쉽게 말해 높은 전환비용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이 기존에 이용하던 금융회사를 잘 바꾸지 못하는 특징을 의미한다.

실제로 영국의 한 연구에서는 다른 산업 고객의 평균 이탈률이 15~20%인데 반해, 은행 고객의 이탈률은 3%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금융 소비자들의 전환비용은 생각보다 높다.

카카오뱅크는 이 견고한 락인을 깨기 위해 모임 통장, 청소년 대상 서비스 mini, 개인사업자 뱅킹, ‘챗봇’을 통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등 끊임없는 혁신을 시도했다. 이러한 노력이 타깃 소비자들의 절차적, 재무적, 관계적 전환비용을 낮춰 성공적으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산업에서 소비자의 락인을 깨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실제로 최근 많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 혹은 핀테크의 고객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주거래은행으로는 기존의 금융회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즉, 금융산업에서 기존의 락인을 깨는 일은 특별히 더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카카오뱅크의 다음 목표는 고객들의 거래 금액을 높여 실제로 그들의 “주거래 은행”이 되는 것일테다. 그런데 이는 단지 IT 기술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Stickiness of money decisions”와 같이 금융 서비스만의 독특한 특징들을 이해해야 하고, 이를 경쟁사보다 더 효과적으로 반영할 때 새로운 디지털 금융혁신의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hr > ※ 한경닷컴에서 한경 CMO 인사이트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월요일 아침에 마케팅 콘텐츠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