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카모빌리티 본입찰 후 감감무소식...MBK 속내는?

입력 2022-12-16 10:26
수정 2022-12-16 15:05
이 기사는 12월 16일 10:2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2위 선불카드업체인 로카모빌리티 매각 작업이 정체돼 있다. 지난 6일 본입찰 이후 열흘이 지나도록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서다.

입찰에 호주계 사모펀드(PEF) 맥쿼리가 단독 입찰한 상황에서 유력 인수후보인 카카오페이를 끌어들이기 위해 매도자인 MBK파트너스가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카모빌리티 분리 매각 대신 모회사 롯데카드와의 통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얘기도 나온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매각주관사인 JP모건은 로카모빌리티 본입찰 이후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통상 본입찰 이후 가격 및 입찰 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만 매각 측에서 어떤 후속 절차도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각 측이 지난 6일 실시한 본입찰에는 예상과 달리 맥쿼리만 참여했다. 당초 카카오페이가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지만 정작 입찰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가격 등 대략적인 인수 조건 등은 전달했지만 상장사인만큼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로카모빌리티 인수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상장사인만큼 본입찰 참여 등으로 인한 주가 변동에 민감한 편”이라며 “맥쿼리가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본입찰에 참여했다가 인수가 불발되면 주가 하락 등으로 인한 후폭풍을 우려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정식 입찰 절차를 밟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매도자 측과 물밑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도 단독 입찰보다는 경쟁 입찰이 거래를 진행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에 카카오페이에 시간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가 로카모빌리티 매각을 접고 롯데카드 통매각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올해 롯데카드 매각에 나섰으나 고금리 여파 등으로 인해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하지만 로카모빌리티의 대략적인 가격이 나온만큼 이를 지렛대 삼아 롯데카드 인수 후보들을 다시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매각 절차가 지연되면서 공정성 논란도 일고 있다. 특정 후보를 위해 입찰 과정이 지연되는 것 자체가 특혜라는 반응이다. 정식 절차를 거쳐 본입찰에 참여한 맥쿼리의 경우 미리 제시한 가격이나 인수조건 등이 알려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거래가 취소될 경우 그동안 투입된 실사 비용 등을 포기해야 한다.

매도자 측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다만 해당 거래에 밝은 한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도 평판이나 신뢰를 잃을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거래를 아예 취소하거나 크게 흔들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며 “연내에는 어떤 식으로든지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