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1%P 인하' 의장 중재도 불발…여야 16일 일괄타결 시도

입력 2022-12-15 23:08
수정 2022-12-23 18:12

여야가 김진표 국회의장이 정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인 15일에도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김 의장이 제시한 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하 등 최종 중재안을 전격 수용했다. 국민의힘은 “법인세 1%포인트 인하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협의를 계속해나가자는 뜻을 밝혔다. 예산안 처리가 불발되면서 연말까지 여야 대치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野 수용한 중재안 거부한 與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로서는 1%포인트 인하는 턱없이 부족하고 여러 가지 불만이 많다”며 “(김 의장 중재안) 수용 여부 판단은 보류하고 나머지 협상을 계속한 뒤 최종 의견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김 의장은 양당 원내대표에게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내리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이 원천 삭감을 주장하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및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은 일단 내년 예산에는 포함시키지 않고 예비비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부대의견에 담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김 의장 제안에 화답했다. 이재명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중재안이 민주당 입장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고심 끝에 대승적 차원에서 국회의장의 뜻을 존중해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도 의장 중재안을 수용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간 최대 쟁점이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놓고 민주당이 ‘단 1%포인트 인하도 어렵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점에 주목했다. 애초 국민의힘은 협상 과정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재 25%에서 23~24% 수준으로 1~2%포인트만 낮추자’는 김 의장의 제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었다. 민주당 발표 직후 “양당이 견해차를 상당 부분 좁힌 만큼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던 이유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두 시간 뒤 민주당이 수용한 김 의장의 최종 중재안에 대해 “‘법인세율 3%포인트 인하’를 요구한 정부·여당 입장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주 원내대표는 “법인세를 1%포인트 낮춘다는 건 사실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며 “실질적 감세 효과가 없는데 국제적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어떤 효과가 있을지 회의가 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관련 중재안에도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주 원내대표는 “예산안에서 여야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쟁점이 있는 항목이 이것 외에도 6~7가지 더 있다”며 “그것이 정리되지 않은 채 중재안을 받겠다, 안 받겠다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16일 다시 일괄 타결 시도국민의힘이 결단을 주저하는 배경에는 중재안에 대한 대통령실의 불쾌감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출 예산 증감액 여부 등의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야당이 법인세 1%포인트 인하안을 전격 수용하며 여권에 책임을 떠넘기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한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예산을 예비비에서 쓰게 한 중재안을 대통령실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여당답게 판단하라”고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예산 심의권은 국회가 가졌는데, (국민의힘은) 대통령실만 쳐다보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다 결정한다면 국회가 무슨 출장소나 심부름센터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과감하게 ‘국회가 알아서 판단하라’고 딱 한마디 하고 ‘모든 결정은 다 수용하겠다’고 하면 바로 끝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여당과의 협상은 지속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내일 마저 협의를 이어가서 남은 쟁점을 일괄 타결하는 게 좋다”며 “(단독 수정안 제출 여부는) 정부·여당이 어떻게 결단하는지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국회 안팎에서는 김 의장의 중재안마저 먹혀들지 않으면서 예산안 처리가 연말까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예산안 협상은 정기국회 종료일(12월 9일)을 훌쩍 넘기며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2014년 이후 최장기간 지연된 상태다. 국회 관계자는 “양당이 16일 다시 만나 의장 중재안을 비롯한 여러 쟁점 사안의 일괄 타결을 시도할 것”이라며 “어려운 민생 경제 여건 등을 감안해 빠른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