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성 추문과 망언으로 늘 소동을 일으켜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5) 전 이탈리아 총리가 또다시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 13일 저녁(현지시간)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의 몬차 구단 스폰서와 선수단을 초대해 크리스마스 만찬을 즐겼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내년 1월 4일부터 시작하는 후반기 리그를 앞두고 특별한 동기를 유발하겠다며 부적절한 발언을 내뱉었다.
당시 만찬장을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그는 "다음 달에는 유벤투스와 인터밀란, 2월 중순에는 AC 밀란과 방문 경기를 치른다"며 "만약 여러분들이 그런 위대한 팀 중 하나를 이기면 매춘부를 가득 태운 버스를 라커룸으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당시 만찬장에는 여성 관계자도 여럿 있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 게시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1986년부터 2017년까지 이탈리아 프로축구 AC밀란 구단주를 지내면서 팀을 8차례 세리에A 우승과 5차례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AC밀란 경영에서 손을 뗀 뒤에는 2018년 이탈리아 프로축구 3부 리그에 있던 몬차를 인수해 지난 시즌 1부 리그 승격을 이뤄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그 인기에 힘입어 지난 9월 25일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몬차 지역구 상원의원에 당선하며 9년 만에 정계에 복귀했다. 올 시즌 몬차는 세리에A 20팀 중에서 14위에 그치고 있다.
현역 상원의원이자 집권 연정의 한 축인 전진이탈리아(FI)의 대표이기도 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발언은 곧바로 역풍을 맞았다.
중도성향 정당 '비바 이탈리아'의 여성 상원의원인 다니엘라 스브롤리니는 "여성 혐오적 발언이자 할 말을 잊게 만드는 나쁜 취향의 농담"이라며 비난했고, 중도좌파 민주당(PD)의 로라 볼드리니 전 하원의장은 "상원의원이자 공당의 대표로서 입에 담을 수 없는 부끄러운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후 "라커룸 농담"이 이 정도로 격렬한 반응을 불러올지 몰랐다며 자신을 비판한 사람들에 대해 유머 감각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건설업체와 미디어 기업을 거느린 이탈리아 최고의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 1994∼2011년 사이 총리를 세 차례나 지냈지만, 뇌물, 횡령, 성 추문 등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또 25세 연상의 부모를 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예쁜 엄마를 둔 잘생긴 청년"이라고 칭하는가 하면 미국 방문 중 현지 재계 인사들에게 "공산주의자가 적고 예쁜 여비서가 많은 이탈리아에 투자하라"고 말하는 등 '선을 넘는 발언'으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