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룰 개정을 놓고 당내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당 지도부가 당원투표 반영 비율을 대폭 높이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친윤(친윤석열)계와 비윤(비윤석열)계의 갈등이 심화할 전망이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비대위 회의에서 “당의 진로는 당원들이 결정해야 한다. 전대는 당의 총의를 묻는 자리지, 국민 인기를 묻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내각제 국가들과 미국의 경우 전당대회 의사결정을 위해 여론조사를 채택한 국가가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내년 3월 초에는 무조건 전당대회를 열기 위해 다음주부터 ‘당원투표 100%’로 룰 개정에 들어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당내 여론은 당원투표 반영 비율을 대폭 상향하는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 당초 친윤계를 중심으로 나오던 ‘당원투표 100%’ 주장에 당 지도부도 힘을 실으면서다. 이날 초·재선 의원들도 간담회를 열고 당원투표 반영 비율을 100%로 확대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전주혜 의원은 “극소수를 제외하고 당원투표 100%로 가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올해 말까지 전대 룰 개정안을 마련하고 전국위원회 의결까지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 등 비윤계 인사들은 전대 룰 개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당원 비율 확대는 일반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 윤리위 징계 이후 잠행을 이어가던 이준석 전 대표는 처음으로 전대 룰 변경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1등을 자르고 5등을 대학에 보내려고 하는 순간 그것이 자기모순”이라며 “상식선에서는 어떻게 입시제도를 바꿔대도 결국은 대학 갈 사람이 간다”고 말했다. 친이준석계 인사인 김웅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전대 룰 변경에 대해 어떤 장식을 해봐도 그것이 ‘유승민 포비아’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유승민 지원사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메시지를 내놓은 배경에는 자신의 지지 기반인 2030세대를 결집해 유 전 의원을 지원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책임당원 중 2030세대 비율은 2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의원 측 인사는 “이 전 대표가 지지세를 결집해주고 여론이 우호적일수록 유 전 의원이 출마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