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앙·지방정부와 비영리 공공기관 등 일반정부 부채(D2)가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D2에 한국전력,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비금융 공기업 부채를 포함한 공공부문 부채(D3)는 1427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70%에 육박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의 ‘확장 재정’ 후폭풍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맞물린 결과물이란 분석이 나온다. ◆5년 만에 부채비율 10%포인트 폭등기획재정부가 15일 발표한 ‘2021 회계연도 일반정부 및 공공부문 부채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51.5%, 공공부문 부채비율은 68.9%로 각각 전년 대비 2.8%포인트, 2.9%포인트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각각 40.1%, 56.9%에서 10%포인트 넘게 높아졌다.
정부 부채 통계는 국가채무(D1), 일반정부 부채, 공공부문 부채로 나뉜다. D1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를 더한 값으로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때 관리 지표로 활용한다. D1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D2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서 국가 부채를 국제 비교할 때 쓴다. D3는 비금융공기업 부채를 더한 값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8개국만 산출해 국제 비교는 어렵지만 ‘그림자 나랏빚’이라 불리는 공기업 부채 전부를 반영해 정부가 안고 있는 재정 위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분석 결과 지난해 D2는 1066조2000억원에 달했다. 2020년 945조원에서 1년 만에 121조1000억원 증가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110조4000억원에 달하는 국고채 발행에 나서는 등 재정을 확대한 결과다.
빠른 부채 증가로 인해 지난해 D2 비율(51.5%)은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35개국 중 비기축통화국 11곳의 평균(56.5%)에 근접했다. 지난 10월 IMF가 발표한 ‘재정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 전망치는 54.1%로, 올해 3%포인트 떨어지는 비기축통화국 평균(53.5%)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설 전망이다.
그나마 부채의 ‘질’은 비교적 양호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D2 중 만기가 긴 장기부채 비율은 86.5%, 고정이자 부채 비율은 98.9%에 달했다. 부채의 83.5%를 국내 채권자가 보유하고 있어 급격한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 여건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금융 공기업 부채만 GDP의 21%공공부문 부채는 1427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147조4000억원) 늘었다. GDP 대비 공공부문 부채비율은 2017년 56.9%에서 2018년 56.8%로 소폭 내렸으나 2019년 58.9%로 반등한 뒤 2020년 66.0%, 2021년 68.9%로 급격히 상승했다.
공공부문 부채 중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439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조6000억원 늘었다. GDP 대비 비율은 0.2%포인트 오른 21.2%를 기록했다. 한전과 발전자회사 부채가 설비투자 차입금과 공사채 발행 증가에 따라 11조6000억원 늘었다. LH도 정책사업을 위한 차입금, 공사채 증가로 부채가 9조원 증가했고, 한국가스공사는 운전자금 차입금과 공사채 증가로 5조9000억원 늘었다.
전망은 더 어두운 상황이다. 기재부는 보고서에서 “저출산·고령화, 성장 잠재력 하락 등 중장기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재정준칙 법제화 등 건전성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16.6%였던 한국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40년 34.4%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2020년 기준 12.5%였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율도 2040년 20.1%로 확대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