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밤에는 영하 10도를 밑돌고 낮에도 영하의 강추위 속에서도 외부 일정을 소화하고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방에 앉아 한 잔의 대추차를 마시며 추위를 털어내곤 한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추위 속에서도 몸을 제대로 녹일 만한 여건이 되지 못하는 경제적 취약계층이 우리 주위에 있다.
경제적 취약의 원인은 적정한 소득을 확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소득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은 경우 따라서는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소득활동의 의사가 있어도 구조적으로 경제 과정에 충분히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도 있다. 우리 헌법이 수용하고 있는 사회국가원리에 따르면 국가는 다양한 방법으로 경제적 취약계층이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물질적 기반을 조성해야 할 의무를 진다.
일반적으로 절대적 빈곤은 기준이 되는 평균소득의 3분의 1 미만을 의미하며, 상대적 빈곤은 2분의 1 미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다른 한편으로 빈곤은 저소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빈곤층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불존중 태도와 이에서 발현되는 무력감 및 정책 결정 과정으로부터의 소외를 포함, 각종 사회적 서비스 혜택으로부터의 배제를 일컫기도 한다. 경제적 취약계층의 정치적 참여 배제 혹은 정치적 영향력의 감소는 국가·사회의 경제적 의사결정에 대한 영향력 감소 및 참여 배제로 인한 불균형을 가속화해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빈곤은 인간존엄, 평등의 원칙, 인권의 불가분성 및 상호의존성의 원칙에 위반된다. 빈곤 상태에 처한 개인은 사적인 자유뿐만 아니라 공적인 권리 또한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소외될 수밖에 없다. 빈곤은 원인의 측면에서든, 사회적 영향의 관점에서든 더 이상 한 개인의 문제 혹은 개별 가구의 문제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국가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다. 강추위 속에서 떨고 있는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해 국가는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안데르센의 동화 속 성냥팔이 소녀가 추위를 피해 인적 드문 골목길에 앉아 손이라도 녹이려고 성냥불을 켜서 따뜻한 난로, 화려한 만찬, 크리스마스트리, 별똥별과 할머니 품에 안기는 환상을 보는 애잔한 장면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더 이상 현실에선 볼 수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