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바로크 시대 음악이라 하더라도 각 작품이 지닌 특성은 매우 달라요. 바흐 곡의 경우 독일의 고정된 형식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깔끔한 음색이 매력적이죠. 비탈리의 곡은 음악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낭만적으로 음악을 풀어낼 수 있단 점에서 너무나 좋은 작품이에요. 다양한 색깔의 바로크 음악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42·한국명 장영주·사진)은 15일 서울 도산대로 오드포트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은 나에게 너무나 특별하고 남다른 의미가 있는 나라다. 코로나19로 힘겨운 시대를 살아낸 이들에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3년 만에 한국을 찾는 사라 장이 들고 온 레퍼토리는 비탈리의 ‘샤콘’,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비발디의 ‘사계’ 등 18세기 바로크 음악으로 채워졌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일상이 지닌 가치, 편안함의 중요성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바이올린은 제 삶의 전부였어요. 코로나19 전에는 1년에 연주를 100번 넘게 하면서 바쁘게 살았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어느 나라인지 무슨 곡을 들고 연주해야 할지 헷갈릴 정도였죠.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처음 생일과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냈어요. 처음으로 보통의 삶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죠."
이번 공연에서 사라 장은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 비올리스트 이한나, 첼리스트 심준호,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등으로 이뤄진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 그는 “너무나 실력이 뛰어난 음악가들과 연주를 할 수 있어 영광이다. 배우는 점이 많았다”며 “어린 친구들이지만 열정이 남다른 만큼 함께 연습하면서 좋은 에너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라 장은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습하면서 음악의 분위기나 음색이 조금씩 변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며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세계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사라 장은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조성진, 첼리스트 최하영 등 한국인 음악가가 세계적 권위의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을 차지하는 것에 대해선 “그들과 내가 한국인이라는 게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내가 공부할 때도 줄리아드 음대에 연주를 잘하는 한국인 학생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훨씬 더 많은 한국인 음악가가 세계에서 인정받으며 연주 활동에 나서고 있다”며 “한국인 음악가들의 활약을 볼 때마다 뿌듯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끝까지 사라 장의 모든 말은 좋은 연주를 향한 갈증으로 채워져 있었다. “주빈 메타 등 어릴 적 만났던 거장 지휘자들께서 제게 자주 건넨 말씀이 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열정적으로 음악을 끌고 가거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연주를 고수하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에너지를 분배해서 유려하게 연주하는 법을 체득할 수 있을 것’이란 말이었죠. 요즘 그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면서 더 원숙한 음악을 선보이기 위한 연습에 매진하고 있어요.”
사라 장은 만 8세에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신동’으로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주목을 받은 바이올리니스트다. 이듬해 글로벌 음반사 EMI에서 녹음한 데뷔 음반을 1992년 발표해 세계 최연소 레코딩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이후 연간 100회가 넘는 연주 일정을 소화하며 명실상부 명연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사라 장은 16일 경기 광주를 시작으로 부산, 구미, 전주, 세종을 거쳐 오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