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숙선 명창이 오는 31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판소리 ‘춘향가’ 완창 공연을 연다. 국립극장의 완창판소리 송년 무대에서 안 명창의 스승인 만정 김소희의 소리를 계승하는 유수정 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서정금 국립창극단 단원, 소리꾼 이선희·박민정·박자희과 함께 만정제 ‘춘향가’를 부른다. 지난 9월 문화재청이 안 명창을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춘향가’ 보유자로 인정한 이후 펼치는 첫 완창 공연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안 명창은 1986년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무대에 오른 이래 30회 넘게 출연했다. 이 무대에서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 바탕을 모두 완창했다. 2010년부터는 매년 12월 송년판소리 무대에 서 왔다.
안 명창이 약 10년 만에 부르는 만정제 ‘춘향가’는 김소희 명창(1917~1995)의 호 ‘만정’에서 명명한 ‘춘향가’의 한 유파다. 김소희의 대표 소리로 꼽히는 ‘춘향가’는 다른 유파보다 춘향의 비극적인 상황이 두드러진다. 안 명창은 맑고 우아한 소리 색채와 정확한 음정, 절제미 등에서 스승의 소리와 가장 닮았을 뿐 아니라, 삶과 예술을 대하는 정신까지 이어받은 소리꾼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박자희가 공연의 문을 연다. ‘춘향가’의 백미인 ‘사랑가’까지 들려준다. 이어 국립창극단 중견 단원 서정금이 ‘이별가’의 초반까지 부르고, 안 명창이 무대에 올라 애절한 이별 장면의 절정을 들려준다. 네 번째 주자인 박민정이 신관 사또로 부임한 변학도의 ‘기생점고’ 대목까지 선보이고, 유수정이 춘향의 ‘십장가’부터 ‘옥중가’ 전까지 부른 후 판소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소리꾼 이선희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고수는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고법 보유자 김청만과 국립창극단 기악부장 조용수가 번갈아 맡는다.
안 명창은 “판소리 ‘춘향가’에는 기쁨과 슬픔 그리움 환희 행복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이 녹아있다”며 “화사하면서도 웅장하고 때로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것이 ‘춘향가’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이번 공연은 신분과 성별의 차별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굴복하지 않은 춘향의 이야기를 통해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돌아보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