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반도체칩 설계 기업 ARM이 중국 알리바바에 최첨단 칩 판매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패권 경쟁을 위해 중국에 반도체와 관련 장비·인력 등의 수출 규제를 발표한 지 두달여 만이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ARM은 차세대 서버용 칩 네오버스 V시리즈를 알리바바에 더 이상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네오버스 칩이 고성능이라 미국과 영국의 관계 당국이 중국 판매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ARM이 대중(對中) 수출을 제한한 첫 사례다. ARM의 이번 판매 거부 조치로 알리바바의 T-헤드 반도체 칩 사업부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 기술기업들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FT는 "네오버스 V시리즈는 42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전략물자 수출 통제 협정인 '바세나르 협정'의 영향권 하에 있다"며 "ARM이 해당 칩과 기술을 수출하려면 미국과 영국의 허가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세나르 협정은 군사적 목적의 칩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체제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 10월 고성능 인공지능(AI) 학습용 반도체와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특정 반도체 칩을 중국에 수출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제한했다.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에 일정 수준 이상의 반도체 칩 제조 장비와 인력 등을 수출하는 것도 사실상 금지했다.
국제문제 컨설팅업체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의 중국 전문가 폴 트리올로는 "ARM과 같은 반도체 칩 설계자산(IP) 핵심 기업들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제품과 기능이 미국 상무부의 10월 조치에 해당하는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군사용 칩 전용 가능성을 염두에 둘 경우 미국의 수출 허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게 자명한 만큼 선제적으로 수출 중단 등 대응에 나서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