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명 목숨 앗아간 '발리 테러범'…가석방 후 꺼낸 첫 마디

입력 2022-12-14 20:48
수정 2023-01-13 00:01

최근 가석방된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 테러 주범이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14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우마르 파텍은 동자바주 라몽안에 있는 오랜 친구 알리 파우지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발리 폭탄 테러로 큰 충격을 받은 호주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희생자들과 국내외에 있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그들의 국적이나 민족, 종교가 무엇이든 간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발리 사람들뿐 아니라 모든 인도네시아인에게도 사과한다. 나는 나라에 대한 나의 헌신과 충성심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남아 이슬람원리주의 연합단체 제마 이슬리미야 지도부 소속이었던 파텍은 2002년 쿠타 해변에 있는 나이트클럽 2곳에 폭탄 테러를 가했다.

이 테러로 88명의 호주인과 11명의 홍콩인을 포함해 총 202명이 사망했다. 파텍은 테러 후 도피 생활을 하다가 2011년 파키스탄에서 붙잡혔다. 이듬해 인도네시아 법원에서 폭발물 제조 혐의로 20년형을 선고받고, 형기의 절반을 복역한 후 지난주 가석방됐다.

그의 친구 파우지는 파텍과 같은 급진주의자였지만, 지금은 급진주의자들을 교화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텍은 파우지 등과 함께 출소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사회단체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파텍의 가석방 소식이 알려지자 "혐오스럽다"면서 인도네시아 정부에 그의 가석방을 반대한다는 호주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당국은 그가 감옥에서 탈 급진화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적으로 교화됐고, 다른 급진주의자들을 교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결국 지난 7일 그를 풀어줬다.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는 2030년 4월29일 가석방이 끝날 때까지 파텍을 감시할 계획이다. 파텍은 이때까지 정기적으로 교화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