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경상남도·전라남도와 함께 탄성소재 기술 고도화에 나선다. 2020년부터 시작한 탄성소재 공모 사업의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반도체와 전기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 활용되는 범용 탄성소재 개발을 적극 지원해 지역 경제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14일 부산시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시행하는 ‘핵심전략산업 대응 탄성소재 재도약 사업’이 지난 10월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데 이어 사업성 평가가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2302억원을 투입해 2028년까지 △타이어 △벨트 △방진고무 △우레탄 등 수입에 의존하는 범용 탄성소재를 국산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부산은 고무 관련 중간재 기업 400여 개가 밀집해 있다. 전남은 여수석유화학단지를 중심으로 한 원소재에, 경남은 부품 및 제품에 강점이 있다. 3개 시·도는 남해권 탄성소재 벨트 구축을 목표로 초광역 협력사업을 추진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내년 5월께 사업 선정 여부가 결정되지만, 구체적인 윤곽은 다음달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는 △고기능 탄성소재 △신기능 탄성소재 △지속가능 탄성소재 등 3개 분야, 20개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극한의 압력을 버티는 탄성소재를 개발해 수소 저장과 이송, 충전 부품 관련 기술에 대응한다. 암모니아 추진 선박 엔진을 위한 고기능성 탄성소재는 부피 변화율을 줄이는 게 목표다.
고에너지 밀도 전고체 전지 핵심 부품용 탄성소재나 고속 내구 성능 120분 이상의 승용차 타이어용 탄성소재 등 새로운 기능을 선보이는 탄성소재 6개도 포함됐다. 공급 부족 우려가 제기되는 천연고무를 대체하는 친환경 고무 원소재와 바이오매스 기반의 고기능성 탄성소재 등 친환경 탄성소재 개발도 예정돼 있다.
탄성소재가 각 산업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신발피혁연구원에 따르면 탄성소재는 △자동차(배터리, 타이어) △조선·해양(케이블) △기계장비(방진재, 호스) △섬유(의류, 신발) △전기전자(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헬스(의료용 호스, 장갑) 등 전방산업에 고루 활용된다.
이진혁 한국신발피혁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밸류체인에 관한 연구 결과 합성고무 및 플라스틱 분야가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서 전략적 중요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2000년대 들어 국내 고무 관련 산업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어 남해권의 산업 인프라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삼락동에 탄성소재연구소를 건립해 기술 개발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