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던 폴더폰이 올해도 명맥을 이어간다. 2000년대 초반 휴대폰 시장을 주름잡았던 폴더폰은 지금까지도 노년층과 수험생 등에게 수요가 적지 않다. 다만 스마트폰 성능이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폴더폰의 단종은 예정된 수순이란 분석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 제조사 에이엘티(ALT)는 최근 이동통신 3사를 통해 LTE(롱텀에볼루션)·3G망 폴더폰 신제품 ‘스타일 폴더’를 출시했다. ALT는 SK텔레콤의 ‘잼(ZEM)’ 시리즈 등 키즈폰을 주로 만드는 업체다.
신제품 상단은 터치가 가능한 3.97형 디스플레이, 하단은 키패드로 구성됐다. 가격은 23만7600원으로 저렴하지만 안드로이드12 OS(운영체제)를 통해 스마트폰처럼 이용할 수 있다. IP52 방수·방진 등 기존 폴더폰에서 지원하지 않았던 차별화된 기능도 갖췄다. 후면 800만 화소, 전면 5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했다. 저장용량은 32GB(기가바이트), 램(RAM)은 2GB다. 단종 위기 맞은 폴더폰이른바 ‘벽돌폰’이라 불렸던 초기 휴대폰 시장에서 접었다 펴는 폴더폰이 혜성처럼 등장한 건 1990년대부터다. 당시 2G 통신이 상용화되면서 폴더폰이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1996년 10월 최초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휴대폰을 선보인 이후 1998년 처음으로 접었다 펴는 폴더폰을 출시했다. 이후 카메라와 MP3, 게임 등 여러 기능을 갖춘 신제품이 출시되며 폴더폰은 부흥기를 맞았다.
특히 모토로라가 1996년 선보인 ‘스타택’이 폴더폰 열풍을 이끌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폴더폰이 생소했던 한국 시장에서 스타택은 150만대나 팔렸다. 150만원이라는 당시로선 상당히 비싼 가격에도 흥행을 기록한 것이다. 이후 앞면을 밀어 올리는 ‘슬라이드형’, 화면 상단 부분이 90도 돌아가는 ‘스윙형’ 등 다양한 폼팩터(특정 기기 형태)의 휴대폰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주류는 폴더폰이었다.
2007년 애플 아이폰을 시작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폴더폰은 주류 폼팩터의 자리를 내주게 됐다. 바(직사각형) 폼팩터인 스마트폰은 액정을 터치하는 방식으로 기기를 구동하기 때문에 폴더폰처럼 별도의 자판이 필요 없어진 탓이다. 이동통신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컴퓨팅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완전한 대세로 떠올랐고, 폴더폰은 일반 휴대폰으로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했다. "폴더폰 출시 유인 없어"빠른 속도로 위축된 폴더폰 시장에 숨통이 트인 건 2015년부터다. 당시 삼성전자가 폴더폰에 스마트폰 기능을 더한 ‘갤럭시 폴더’를 내놓으면서다.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는 물론 여러 해외 제조사도 국내 폴더폰 시장에 문을 두드렸다. 이들은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이나 학업에 집중하는 수험생 등을 겨냥해 전략적으로 제품을 출시했다.
2020년 들어서도 폴더폰 신제품 출시는 이어졌다. 삼성전자가 2019년 ‘갤럭시 폴더2’를 내놓자 LG전자는 이듬해 ‘폴더2’를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다만 이후엔 폴더폰 출시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LG전자가 모바일 사업 철수를 선언함에 따라 후속 모델 출시가 무산됐고, 이보다 앞서 3G 폴더폰을 내놓은 스카이 역시 신제품 출시를 중단했다. 이 시기 2G 서비스가 정식으로 종료되며 2G망 폴더폰도 사용이 불가해졌다.
업계에선 최근 출시된 스타일 폴더가 사실상 국내에서의 마지막 폴더폰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프리미엄 단말기 판매 비중이 증가하고 있고 5G 가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제조사나 통신사가 저렴한 LTE 단말기를 출시할 유인이 적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 폴더2 2021’을 내놓은 이후 폴더폰을 국내 시장에 출시하고 있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장 최신 폴더폰인 갤럭시 폴더2 2021은 현재 단종 수순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