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상승이 출산율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특히 무주택자의 경우 높아진 주택가격은 혼인과 출산에 모두 큰 영향을 줬답니다. 한국의 경우 혼인을 해야 출산을 하니 당연한 듯한 이야기입니다. 연구의 결론은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이 늘어나고 있어 저출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거안정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집값이 올라서 혼인을 하지 않고 그래서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논리는 일견 맞는 듯합니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길 정도지요. 이는 계속해서 세뇌를 받아온 신화에 가까운 논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신화 같은 논리는 사실은 신화일 따름입니다.
대부분의 연구는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합니다. 단순히 관련 있는 사회문제를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사회과학의 연구가 자연과학과는 다르게 모든 변수를 통제하기 힘들다 보니 연구자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려고 합니다. 집값이 올라서 결혼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사회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젊은 계층의 인식도 중요합니다.
반대의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집값이 떨어지면 결혼을 많이 할까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결혼이란 당시의 사회경제적인 인식이 더 크게 작용하지 금전적인 문제는 부차적일수 있습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집값이 두 배 상승한 기간 동안 출생아 수는 0.1~0.29명이 감소했다고 합니다. 유주택 출생아 수에 비해 무주택 출생아 수 감소가 더욱 컸다고 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를 유의미한 기간에 맞게 연구를 진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기간을 비교해도 유주택 출생아 수는 무주택 출생아 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을 겁니다.
주택과 같은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우 가격은 하나의 변수에 불과합니다. 중요한 변수이긴 하지만 구입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아닙니다. 주택 구입 패턴을 살펴보면 주택가격이 오를 때 구입하는 분들이 많고 주택가격이 떨어지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주택을 구입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주택가격 하락이 2013년에 이르러서는 거의 폭락수준의 가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집을 사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반대로 집값이 많이 올랐던 2021년에 집을 구입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당연히 높은 가격을 지불했을 겁니다.
주택은 사용가치도 높지만 교환가치는 더 높습니다. 교환가치는 자산가치와 같은 의미이므로 오르는 주택을 좋아하지 단순히 살기 편한 주택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투자상담을 해보면 대부분의 주택 매수(예정)자들은 5년이나 10년 후의 집값을 가장 궁금해합니다. 집에 들어가서 거주할 때 어떤 혜택이 있는 지(사용가치)는 큰 관심사항이 아닙니다.
서울에도 비교적 저렴한 주택들이 많습니다. 서울은 제주와 전남을 제외하고 아파트 거주비율이 가장 낮은 시도입니다. 2022년 11월 현재 서울의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3억6900만원 정도입니다. 13억원에 가까운 아파트와 비교하면 직장인들이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입니다. 대출도 충분히 가능하니 매입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연립주택은 인기가 없습니다. 잘 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사용가치는 높은 데 반해 교환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돈이 없어 집을 사지 못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됩니다. 진심을 옮기면 많이 오를 만한 가치가 있는 집에 투자할 돈이 없다가 정답입니다.
불편하지만 또다른 연구를 언급하겠습니다. 통계청의 2022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절반 가까이인 46.8%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사회경제적 인식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봅니다. 올해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9명으로 떨어진 것은 주택가격이 올라서는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참여정부 기간 주택가격이 정점에 달했던 2007년의 합계출산율이 1.26명(2002년 1.18명)으로 비교적 높았는데 이 또한 주택가격이 내렸기 때문에 기록한 숫자는 아닐 겁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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