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수사를 위해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13일 소환 조사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불러내 조사할 예정이다. 진상 조사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수사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이날 노 전 실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수사팀은 노 전 실장에게 서해 피격사건 발생 후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나온 대화 내용과 지시사항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실장이 사건 은폐 등에 관여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노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진 다음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께 열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같은 날 오전 8시30분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이씨가 사망한 사실을 문 전 대통령에게 최초로 대면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보고를 받고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팀은 박 전 원장도 14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박 전 원장은 이씨가 피살된 상황을 다룬 첩보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로 지난 7월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했다. 그 이후 감사원이 내놓은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관계장관회의 종료 직후 첩보 보고서 46건을 무단 삭제했다.
노 전 실장과 박 전 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들은 10월 말 서 전 실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월북 몰이’ 주장은 논리도 근거도 없는 마구잡이식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이번 조사를 마친 뒤 이른 시일 안에 추가로 사건 관계자들을 기소할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선 박 전 원장이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나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은 서해 피격사건 관련 정보를 없앤 혐의로 10월 말 구속됐다가 지난달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이 결정돼 풀려났다.
검찰이 문재인 정부 대북·안보라인 윗선 수사에 힘을 쏟으면서 문 전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될지 정치권 등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서 전 실장을 이번 사건의 최종 결정권자로 지목해왔지만 문 전 대통령이 지난 1일 “(내가) 보고를 직접 듣고 최종 승인했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뀌었다는 평가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