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맞춰 전학년 내신 절대평가…특목고·자사고 열풍 다시 거세지나

입력 2022-12-13 18:11
수정 2022-12-14 01:08
“고등학교 내신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특목고나 좋은 학군지 학교가 입시에 유리하지 않나요?”

13일 서울 강남구 학부모들이 모이는 온라인 맘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교육부가 고교 1~3학년 전체의 내신 성적을 절대평가(성취평가)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학부모 커뮤니티에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특목고·자사고 열풍이 다시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글이 가장 많았다. 절대평가가 시행되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특목고 등의 ‘내신 불리 현상’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고교 1~3학년 전체의 내신 성적을 절대평가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25년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 맞춰 내신 평가 방식도 바꾼다는 계획이다.

앞서 12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교 전 학년 모든 과목에서 9등급 상대평가 대신 A~E 학점을 부여하는 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서 2~3학년에게만 성취평가를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모든 학년에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도입을 고려하면 전 학년 절대평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고교학점제에선 학생들이 서로 다른 다양한 선택과목을 골라 듣기 때문에 지금처럼 9등급제로 학생들을 비교해 평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고2~3에 몰려 있는 선택과목만 절대평가, 고1의 공통과목만 상대평가제를 유지하면 대학 입시에서 1학년 성적의 영향력이 너무 커질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1학년 때 석차 등급이 저조한 학생은 2~3학년 때 수능에 몰입해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대입 제도를 바꾸지 않고 내신 절대평가만 도입할 경우 소수의 상위권 고교가 입시에서 더 유리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상대평가하에선 성적이 우수한 학생끼리 치열한 석차 경쟁을 벌여야 하는 학교들이 내신에서 불리했다. 고교 내신성적을 평가하는 ‘학생부교과전형’에선 특목고, 자사고보다 지방 일반고가 유리했던 이유다. 내신 상대평가가 없어지면 교과 전형의 운영 자체가 어려워진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변별력이 없어져 내신만으로는 평가가 어려워진다”며 “결국 진로에 맞춰 어떤 과목을 공부했는지, 다양한 동아리·공동체 활동 이력, 인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6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 총장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0.5%가 ‘고교학점제 도입 시 대입에서 학종을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