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과 주식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역(逆)의 상관관계’가 회복됐다. 경기 침체 우려로 안전자산인 채권 가격이 뛰어오른 반면 위험자산인 주식은 부진한 흐름을 보여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달 들어 채권과 주식 가격이 반대로 향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우려가 인플레이션에서 경기 침체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상적으로 채권과 주식 가격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올해는 두 자산의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한 여파다. 미 국채 가격이 하락(국채 금리 상승)하고 주가도 고꾸라졌다.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채권과 주식 간 상관관계가 정상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국채는 갈 길을 잃은 투자자들의 ‘피난처’ 역할을 하며 몸값이 뛰었다.
WSJ에 따르면 이달 들어 S&P500지수가 2.2% 하락한 가운데 경기민감주로 분류되는 에너지주(-7.1%)와 금융주(-3.8%)의 하락폭이 특히 컸다. 이에 비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10월 연 4.2%에서 최근 연 3.5%로 떨어졌다. 3개월 만의 최저치다. 채권 금리가 내려가면 가격은 오른다.
유가 하락세와 미국 기술기업의 잇단 인력 해고,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 등은 경기 침체의 징후로 꼽힌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500지수에 편입된 기업의 내년 이익 전망치는 지난 9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3.6% 하락했다.
자산운용사 보야의 맷 톰스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이 중장기적으로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는 (기업의) 성장 둔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