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곽 나온 노동개혁안…산업 대전환의 생존 전략으로 접근해야

입력 2022-12-13 17:24
정부 자문그룹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근로시간 유연화와 연공형 임금체계 개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권고문을 그제 발표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1주 12시간’으로 못박힌 연장근로시간을 월·분기·반기·연간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등 자율과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직무·성과에 기초한 공정한 임금체계를 확산시키자고 제안했다. 연구회는 다만 대체근로 허용 및 사업장 점거 제한과 같은 법제도 개선에 대해선 ‘추가 과제’라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추가 과제도 조속히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15일로 예정된 각 부처의 개혁 과제 관련 대통령 보고에서 좀 더 상세한 내용이 나올지 관심이다.

권고문은 큰 방향에서 옳다. 지금 세계는 디지털 기술 혁명에 따른 산업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드론이 업무·물류 최적화를 위해 공장 위를 날아다니고, 무인 수송차량과 조립라인의 로봇이 공정 자동화를 앞당기는 시대다. 이런 때 단순 노무에 매달린 기업과 투입량만 따지는 경제는 살아남기 어렵다. 노동생산성은 물론 총요소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모든 근로 과정을 혁신하고 유연화해야 한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단순 업무를 처리하는 동안 사람은 더욱 창의적인 일에 매달리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노동법제는 공장 시대에나 맞을 1953년에 제정한 근로기준법에 머물러 있다. 1998년 제정된 파견법은 불법파견과 편법 도급 논란이 지속될 정도로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임금은 일의 내용과 가치에 따라 정해져야 하지만, 경직적인 호봉제는 아직도 국내 1000인 이상 사업장의 70%에서 유지되고 있다. 이래서는 한국이 디지털 대전환기를 선도하기 어렵다. 노동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