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매치니코프는 1907년 ‘생명 연장’ 논문을 통해 불가리아 유산균이 젖산을 만들어 장내 독성 균을 쫓아낸다고 밝혔다. 이후 불가리아 유산균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한국의 유제품 기업도 불가리아로부터 유산균 발효효모를 수입하고 있다. 이후 한국인들은 불가리아 하면 요거트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그 밖에 알려진 분야는 많지 않다.
반면 불가리아인들은 한국에 관심이 많다. 총인구가 685만 명인데 한국어를 가르치는 초중고가 15개나 된다. 수도 소피아에는 4개의 한국 뷰티 전문 매장이 있다. 작년 기준 한국산 자동차 판매량은 4위, 휴대폰 판매량은 1위다.
불가리아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소비패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무역관에서 지난 3년 동안 해마다 ‘코리아 뷰티 위크’를 개최했는데, 특정 브랜드보다 한국 뷰티라는 이미지 자체가 소비로 연결되고 있다. 천연 성분을 이용해 품질이 우수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서 최근 5년간 한국 화장품 수출이 연평균 67% 증가했다. 한국은 불가리아의 5대 화장품 수입국이다.
한국 식품 인기도 높다. 한국은 불가리아의 3대 음료 및 면류 수입국이다. 한국 식품 전문 매장은 현지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라면과 과자 등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음료와 소스류 제품도 인기가 높다. 최근 무역관에서 ‘수출더하기 사업’의 일환으로 불가리아 최대 식품 전시회에 한국관을 운영했다. 그동안 유럽 국가에서 한국 식품을 재수입했던 바이어들이 한국에서 직수입을 늘리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한국산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약진도 눈에 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산 진단키트뿐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제도 대량으로 수입하면서 한국 제품의 위상이 달라졌다. 무역관을 통해 한국산 엑스레이, CT 기기 등의 수입 요청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혁신 기술을 갖춘 중소기업들도 속속 불가리아에 합류하고 있다. S사는 150억원 규모의 소피아시 1호선 12개 지하철역 스크린도어 프로젝트를 수주해 올해 설치를 마쳤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좌우 개폐식 스크린도어’를 적용할 수 없어서 자체 개발한 로프형 상하 개폐식 스크린도어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첫 해외 진출의 꿈을 이뤘다.
불가리아와 한국의 교역액은 지난해 기준 약 6억300만달러, 투자 진출액은 2억3000만달러로 경제 교류가 활발하다고 하기엔 아직 무리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의원내각제 국가로 최근 2년 사이 총선을 네 번을 치를 정도로 국정 운영이 정상화되고 있지 않다. 남한 크기의 면적에 인구도 많지 않은데, EU 가입 후 많은 인력이 서유럽으로 유출되고 있다. 미국, EU에서는 높은 부패지수를 지적하면서 사법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씩 여건이 개선되는 모습이다. 1인당 소득수준이 1만달러가 넘고, 내년부터 3차 EU 기금이 본격 유입되면 교통통신 인프라 개선, 농촌 지역 개발, 의료 현대화, 정부 및 산업 디지털 전환 등의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이 불가리아를 발판 삼아 넓은 유럽에 진출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