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쇼핑몰의 올해 1~9월 카드 결제 건수는 1년 전보다 22% 늘었다. 쓰지 않는 모바일 쿠폰을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의 이용 건수도 183%나 증가했다.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고 현명한 소비를 하려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는 12일 카드 소비 데이터와 SNS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내용을 포함한 ‘2023년 소비 트렌드’를 전망했다. 핵심 키워드로는 ‘co-EXIST(공존)’를 제시했다. 새로운 흐름 속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변화를 수용하며 각자의 삶의 방식을 만들어간다는 뜻이다.
연구소는 첫 번째 세부 키워드로 ‘소비 디톡스의 시대’를 선정했다. 소비를 무작정 줄이기보단 여러 플랫폼을 이용해 더 슬기롭게 소비하려는 추세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심도 있게 취향을 탐구하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특별한 사람들의 고급 취향으로 여겨지던 미술이나 사치품으로 간주되던 프리미엄 주류 등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취향의 영역으로 넓어졌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대면과 비대면 등이 어우러지는 ‘하이브리드 삶’도 키워드로 꼽혔다.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며 키오스크와 서빙로봇이 늘고 무인으로 운영되는 매장도 점차 많아지는가 하면 디지털기술을 통해 장소와 시간에 상관없이 근무하는 형태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몸과 마음을 돌보기 위한 소비도 늘고 있다고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이용이 꾸준히 늘고 있고, 서핑 클라이밍 테니스 등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거나 새로운 운동에 도전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개개인의 특성을 다채로운 취향과 색깔로 이해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소식하는 이들을 조망하는 ‘소식좌’, 이혼한 사람들을 뜻하는 ‘돌싱’이 긍정적으로 언급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