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 100위 내 건설사 10곳 중 9곳가량이 내년 사업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수주는 엄두도 못 내고 적자 누적에 따른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급등한 공사단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난, 미분양 급증 등 ‘삼중고’에 처한 건설업계가 혹독한 생존 게임에 내몰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한국경제신문이 시공능력평가 100위 내 건설사를 대상으로 내년 사업계획 수립 여부를 조사한 결과 우미건설 반도건설 등 10곳 정도만 계획을 세웠다. 10위 내 대형 건설사 가운데 사업계획을 확정한 곳은 한 곳도 없다.
건설사들은 연말이 다가왔는데도 아파트 분양 계획 등 사업 초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실정이다. 당장 발등의 불인 자금 확보와 미분양 해소에 골몰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최근 희망퇴직에 이어 비상 경영 카드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 대형사 전략담당 임원은 “금리 변수 등 불확실성이 너무 커 내년 신규 수주 물량과 분양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방에 사업장이 많은 중소·중견사와 시행업계의 상황도 심각하다. 지난 9월 충남지역 종합건설업체 6위인 우석건설에 이어 매출 500억원대인 동원건설산업(경남지역 시공능력평가 18위)이 최근 부도나 충격을 줬다. 지난해 이후 무리한 수주에 나선 한 중견 건설사가 직원 월급을 5개월 이상 연체하는 등 업계에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수익 구조가 열악한 중소·중견사와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내년 상반기 이후 연쇄 도산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30년째 건설업을 해온 박영광 동우개발 회장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 겪었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내년이 건설업계 최대 위기의 해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은정/박종필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