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달 만에 모습을 드러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의 컨디션은 아직 완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웃으면서 경기를 즐기는 모습은 골프팬의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우즈가 5개월 만에 필드로 돌아왔다. 1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벨에어의 펠리컨GC에서 열린 이벤트 대회 ‘캐피털 원 더매치’에서다. 그는 로리 매킬로이(33·북아일랜드)와 한 조가 돼 조던 스피스(29)-저스틴 토머스(29·이상 미국) 조와 매치플레이를 펼쳤다. 결과는 스피스-토머스 조의 3홀 차 승리였다.
올해로 7회를 맞은 더매치는 현지시간 오후 7시에 조명을 켜고 12홀 매치 플레이로 진행됐다. 앞서 우즈는 지난 1일 자신이 주최한 히어로월드챌린지에 출전하기로 했다가 족저근막염으로 기권했다. 전 홀을 걸어서 소화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번 대회는 참가자들이 페어웨이 안까지 카트를 이용할 수 있어 우즈에게 부담이 작았다.
지난 7월 메이저대회인 디오픈 이후 약 5개월 만에 복귀한 그는 세계랭킹 1위 매킬로이와 한 조를 이뤘다. 하지만 경기 시작부터 스피스-토머스 조가 흐름을 주도했다. 2번홀(파4)에서 토머스가 약 6m 버디 퍼트에 성공했고, 3번홀(파3)에서는 스피스가 약 4.5m 버디 퍼트로 격차를 벌렸다.
한 개의 클럽으로 티샷부터 퍼팅까지 해야 하는 ‘원클럽 챌린지’가 펼쳐진 4번홀(파4)에서는 5번 우드를 잡은 토머스가 유일하게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3홀 차로 달아났다. 이후 매킬로이가 7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추격에 시동을 걸었지만 뒤집지는 못했다.
우즈의 실력은 우리가 알던 것이 아니었다. 첫 홀부터 티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휘었다. 공이 떨어진 페어웨이에 카트를 몰고 갈 수 있는 만큼 다리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이었는데도 걸을 때마다 조금씩 저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회에서는 선수들이 경기 내내 마이크를 찬다. 이들이 서로를 놀리거나 응원하는 육성이 화면을 통해 그대로 전달된다. 이날 참가한 4명의 골퍼는 절친들이다. 이 때문에 날 선 말싸움보다는 장난 섞인 약올림이 많았다. 10번홀에서 스피스의 우승 퍼트가 들어가자, 같은 편인 토머스는 매킬로이와 우즈에게 “2위도 나쁘지 않아요, 여러분”이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우즈는 아들 찰리가 자신을 비거리에서 앞질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정말 말하기 싫었는데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찰리가 2주 전에 드디어 드라이버로 나보다 멀리 보냈다. 나를 이기는 때가 곧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우즈와 찰리는 오는 17일 올랜도에서 열리는 이벤트대회 PNC챔피언십에 함께 출전할 예정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