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채소값이 급등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주범이던 휘발유와 곡물 가격이 안정되자 채소가 물가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미국 채소 가격이 전월 대비 38.1% 상승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가격 상승률이 80.6%에 달한다.
채소값은 가을이 지나면서 상승폭이 더 커지고 있다. 8월만 해도 전월 대비 상승률은 1.7%에 그쳤으나 9월 15.7%로 커진 뒤 10월엔 22.4%로 상승폭을 더 키웠다.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달걀 가격도 지난달에만 한 달 전에 비해 26% 상승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244.1%나 급등했다. 블룸버그는 “가뭄과 폭풍 등 악천후로 공급이 급감해 채소와 달걀 가격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후 변화와 가뭄으로 인해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채소 주생산지로 꼽히는 콜로라도강 주변의 수량이 줄었다. 미국 최대 농업지대인 캘리포니아는 가뭄으로 30억달러 상당의 손실을 봤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과일의 주요 산지 역할을 하는 플로리다는 올해 폭풍우로 20억달러의 손해를 봤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인플레이션을 자극해온 곡물 가격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올 3월에 밀 가격은 부셸당 13달러 수준으로 올랐지만, 지난 9일 7.34달러로 떨어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합의로 흑해를 통한 밀 수출이 재개된 뒤 밀 가격은 5주 연속 하락하는 추세다. 주요 곡창지대 중 하나인 호주의 풍년도 가격을 끌어내린 요인이다.
기름값도 우크라이나전쟁 이전 수준으로 내려갔다. 미국 내 휘발유값은 갤런당 3.30달러로 1년 전(3.34달러)보다 0.04달러 싸졌다. 텍사스주 등 남부 10개 주와 위스콘신주의 평균 가격은 갤런당 2달러대로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캘리포니아주가 유가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미국 평균 기름값이 갤런당 2달러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