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집'도 소득 안따지고 대출…은평 뉴타운·하남 미사 주목

입력 2022-12-11 17:25
수정 2022-12-12 00:22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화하고 대출 가능 범위를 대폭 넓힌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를 예고하자 주택 시장에 기대가 싹트고 있다. 최근 부동산발(發) 경기 불안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서울과 경기도 일부를 제외한 지역을 모두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 이달부터는 무주택자·실수요자에 대한 LTV 규제도 완화했다. 낮은 금리의 정책대출까지 나오면 꽉 막혔던 주택 거래의 숨통이 트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정부는 2014년에도 전국 주택담보대출의 LTV 상한을 70%까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60%까지 완화했는데 당시 금리 하락과 맞물려 부동산 시장 불씨가 살아났다. 길음·은평 뉴타운 기대금융위원회는 담보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면 소득에 관계없이 5억원까지 대출해주는 장기 고정금리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내년 1년간 한시적으로 운용한다.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은 이 상품에 통합된다. 대출 금리는 시장금리보다 낮은 연 4%대로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자와 1주택자(기존주택 처분 조건)가 6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만 이용 가능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의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되는 지역은 LTV 40% 규제에 묶여있는 서울과 경기도의 시세 7억~9억원 아파트가 많은 곳이다. 시세(KB부동산 기준) 9억원 안팎의 대단지 아파트가 몰린 지역으로는 은평뉴타운과 길음뉴타운이 대표적이다.


은평뉴타운박석고개1단지 전용 59㎡가 현재 8억6500만원이며, 길음뉴타운푸르지오2단지는 59㎡가 8억원대 초반이다. 이달부터는 부부합산 연소득 9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가 투기·투기과열지구의 시세 9억원 이하(조정대상지역은 8억원 이하)의 집을 사려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는 6억원 한도 내에서 LTV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특례도 마련됐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주변에선 관악구·구로구의 아파트 대부분이 수혜 대상이다. 봉천동 관악드림타운과 대림동 신동아아파트 전용 84㎡ 시세가 각각 9억원, 7억5000만원이다. 영등포구 양평·선유동과 성동구 구의·자양동 등의 아파트 밀집지역에도 구축 나홀로 단지에는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는 9억원 이하 소형 아파트가 적지 않다. 강남권에선 삼성힐스테이트, 리센츠 등 대단지에 섞인 전용 20~30㎡ 원룸 아파트(시세 9억~10억원)는 정책대출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도강 거래절벽 풀리나노원·도봉·강북구의 집값 내림세가 진정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들 지역은 작년까지 집값 오름세를 주도했으나 올 들어 큰 폭의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부 신축 및 대형 아파트를 제외한 대부분이 시세 9억원 이하 범위에 들어 있다. 낮은 금리의 정책대출에 힘입어 수요자들이 움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 8월부터 일시적 2주택자의 신규주택 전입신고 의무를 전면 폐지하고, 기존주택 처분 기한은 6개월에서 2년으로 대폭 완화하면서 1주택자가 집을 갈아타는 여건도 좋아졌다. 지난달엔 주택금융공사가 ‘생애최초 보금자리론’도 내놨다. 연소득 7000만원(신혼부부 8500만원) 이하인 사람이 시세 6억원 이하 집을 살 경우 최대한도 4억2000만원 범위에서 LTV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경기도에선 성남시 구시가지와 광명시 철산동, 하남 미사지구 등 서울 출퇴근이 편리한 지역 신축 아파트에 수요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위례신도시와 인접한 성남시 수정구의 4089가구 규모 단지인 산성역포레스티아(전용 74㎡ 시세 9억원)를 비롯해 지하철 8호선을 따라 들어선 아파트들이 대부분 수혜 대상이다. 광명시 철산동과 하남 미사지구에도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는 아파트가 많다.

다만 대출 규제 완화와 정책대출상품의 대상 확대로 ‘거래 절벽’이 일부 해소될 수는 있지만 시장의 흐름을 바꾸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한 충격으로 집값 하락세가 확대되면서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미국의 통화정책과 국내외 시장금리 흐름이 반전되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서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