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은마아파트 주민들 '정의선 자택 앞' 시위 사실상 금지

입력 2022-12-11 11:41
수정 2022-12-11 11:44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의 우회를 요구하며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벌여온 시위가 사실상 금지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전보성)는 지난 9일 현대건설과 용산구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등을 상대로 낸 시위금지 및 현수막 설치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했다.

법원은 재건축 추진위가 정 회장 자택 100m 이내에서 마이크와 확성기 등 음향 증폭 장치를 사용해 정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모욕적 발언 또는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정 회장의 자택 250m 이내와 은마아파트 내에서 정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GTX 우회 관련 주장 등이 담긴 현수막이나 유인물 등도 부착 또는 게시해서는 안된다. 피켓이나 현수막을 붙인자동차를 주·정차하거나 운행하는 행위 등도 금지됐다.
시위 및 표현의 자유,
시민 '행복추구권' 심각하게 해쳐선 안돼

경기 양주와 수원을 연결하는 GTX-C 노선은 삼성역∼양재역 구간에서 은마아파트 지하를 약 50m 관통할 예정이다. 이에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지하를 GTX가 통과하면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지난달 12일부터 한달가량 정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 계열사라는 이유다.

이에 한남동 주민들은 시위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고 있다며 현대건설과 함께 시위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자극적인 표현과 소음으로 주택가 인근 주민들의 사생활이 침해받아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비례의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상 권리인 집회·시위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이해당사자가 아닌 일반 시민의 행복추구권도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는 헌법상 권리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개인 또는 단체가 하고자 하는 표현 행위가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평온이 고도로 보장될 필요가 있는 개인의 주거지 부근에서 집회 또는 시위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넘어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원은 GTX-C 노선 변경의 협의 주체는 현대건설이라는 점이라는 이유에서 '정 회장 자택 근처'에서 '개인을 모욕하는 표현'은 집회 및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적으로 거주하는 주거지는 시위의 목적과 연관성이 극히 낮고, 정의선 회장 자택 부근에서 시위를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라며 "(집회에 쓰인 정 회장에 대한 일부 표현은)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 표현을 사용해 비방하는 것으로 정 회장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기 충분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