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사진)을 구속 기소했다. 정 실장이 이 대표의 지방자치권력을 매개로 ‘대장동 일당’에게 특혜를 주고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대표 소환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정 실장을 특가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으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함께 기소했다.
정 실장은 2013년 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경기도 정책실장으로 일하면서 각종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일곱 차례에 걸쳐 2억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받은 3억5200만원 중 1억원이 정 실장에게 전달된 사실을 검찰이 추가로 밝혀내 구속영장에 적시된 뇌물수수액보다 늘어났다. 지난해 2월 김만배 씨 등 민간업자로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등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천화동인 1호 지분 일부(428억원)를 나눠 갖기로 약속한 혐의(부정처사후수뢰)도 받는다.
또 2013년 7월~2018년 1월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선 비공개 내부 자료를 민간업자에게 유출해 210억원 상당의 이익을 챙기게 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가 있다. 정 실장은 지난해 9월 검찰 압수수색이 임박하자 유 전 본부장에게 휴대폰을 창밖으로 던지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는다.
유 전 본부장은 2019년 9월~2020년 10월 정 실장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받은 대가로 두 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특가 뇌물수수 공소시효는 10년인데, 뇌물공여는 7년이라 건넨 액수 중 상당 부분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 실장의 범행 증거가 담긴 자신의 휴대폰을 창밖으로 던진 부분에는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33쪽 분량의 공소장에 이 대표가 정 실장의 ‘정치적 동지’에 해당한다고 서술했다. 앞서 검찰은 정 실장의 압수수색 영장에 두 사람이 ‘정치적 공동체’라고 적었다. 이번 공소장에는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느냐”는 이 대표의 과거 발언도 기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두 사람의 관계를 자세히 설명한 것은 특혜를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은 이 대표가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 실장이 최종 결정권자의 최측근으로서 이 대표의 영향력을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