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업 멈춘 화물연대 조합원들…민노총에 대한 불신임이다

입력 2022-12-09 17:58
수정 2022-12-10 00:15
화물연대가 어제 조합원 투표를 통해 총파업을 16일 만에 철회했다.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2만6144명 중 3574명(13.6%)이 참여해 그중 2211명(61.8%)이 파업 종료에 찬성했다. 낮은 투표율과 높은 찬성률이 말해주듯 파업의 동력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 상태였다. 조합원 상당수가 파업 현장을 이탈했고, 화물연대 부산본부는 투표 없이 해산했을 정도였다. 대규모 단위노조의 이탈도 잇따랐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 경제위기 속에서 시작된 총파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져 여론의 지지도 받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조합원의 어려움을 해결하기보다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며 반정부 투쟁에 골몰한 화물연대 및 상급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지도부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당초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안전운임제의 3년 연장을 제안했으니 화물연대는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 때문에 유가·금리 인상으로 기름값, 화물차 할부금 부담이 늘어난 차주들이 고통을 무릅쓰고 5개월 만에 또 파업에 동원됐다. 파업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았든, 차주들의 경제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을 것이다. 조합원들을 보호하겠다는 민노총이 오히려 그들을 더 곤경에 빠뜨린 것은 투쟁 일변도의 민노총 노선이 빚어낸 참사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오는 16일 제2차 총파업 방침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경제와 국민 생활의 피해를 볼모로 삼는 투쟁방식은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 화물연대 파업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는 파업을 조기에 끝냈고, 전국철도노조는 파업 돌입 전 철회했다. 국민이 부당한 파업 행태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 피해를 전제로 한 화물연대의 구호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것부터 달라져야 한다. 민노총에서 탈퇴하는 단위노조도 늘고 있다. 이번 파업 철회는 이런 민노총 지도부에 대한 불신임이나 다름없다.

화물연대 파업 기간에 자제 촉구 한 번 하지 않았던 더불어민주당은 상황이 불리해지자 정부·여당안을 받아들여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어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화물연대도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미 3조5000억원 이상의 파업 피해가 발생한 뒤였다. 정부는 파업 과정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파업 만능주의’를 끝내고 법과 원칙에 입각한 노사정 관계 정립,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