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코로나 완화 조처에…"세계 물가 더 큰 폭으로 뛴다"

입력 2022-12-08 19:27
수정 2023-01-07 00:01
중국이 고강도 방역조치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마무리하는 방역 완화 조치를 발표한 가운데 이 결정으로 인해 내년 중국 경제를 비롯해 세계 경제에도 물가 상승 등의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방역 조치가 빠르게 완화되면서 앞으로 6개월간은 중국 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이며, 어떻게 경제 성장을 하면서 일상 회복으로 전환할지를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전날 중국 국무원은 사실상의 '위드 코로나'인 방역 완화 10개 조치를 발표했다. 경증 감염자 자가격리와 상시적 전수 유전자증폭(PCR) 검사 중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기간 중국인들이 집에 머물면서 중국 15대 대도시의 이동량이 대폭 줄었다.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가 봉쇄되고 베이징 등 각지로 코로나19가 확산한 작년 5월 초에는 이들 대도시 이동량이 작년 1월의 88% 수준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쇼핑몰은 휴업 상태에 이를 정도로 방문객이 줄었고, 소비자 지출도 감소했다. 10월 중국의 소매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0.5% 줄었다.

이같은 사태 때문에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정부 목표치인 5.5%를 큰 폭으로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엄격한 방역 조치로 인해 여행도 급감하면서 지난 10월 국경절 연휴 동안 전국의 관광 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 줄어든 2천870억 위안(약 54조 3000억원)에 그쳤다.

여기에 더해 16∼24세의 청년 실업률은 올해 초 사상 최고치인 20%까지 치솟았다. 청년 실업률은 1천160만 명의 대학 졸업생이 배출되는 내년에 더 악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생산 부문은 팬데믹 기간 소비 부문보다 잘 버텨 왔으나,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수출 수요가 줄면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은 주택 판매 감소와 가격 급락으로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고, 당국이 이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내놨음에도 시장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일상 회복에 돌입하게 되면 코로나 감염이 급증해 근로자들은 집에 머물고 사업체들은 원자재 등 공급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일상 회복이 초기 단계에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처럼 중국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탠다드차타드도 내년에도 중국 도시 소비자 지출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일상 회복은 세계 경제에도 물가 상승 측면에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등 국내 경제가 살아나면 소비자 지출·원자재 수입의 급증과 공급망 차질을 초래하게 된다. 이 과정은 이미 치솟고 있는 전 세계 물가를 더 상승시킬 거라는 설명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이 내년 중반쯤 완전히 일상 회복을 하게 될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내년 중반쯤 3.9%로 떨어졌다가 내년 연말 5.7%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가격은 20%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아이리스 팡 ING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완전한 일상 회복을 하면 세계 물가를 더욱 상승시킬 것"이라며 "해외여행과 판매, 생산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홍콩에서는 당국이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시가 강세를 보였다.

홍콩 항셍지수는 이날 3.38% 급등했고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는 3.63% 뛰어올랐다. 다만 중국 본토 상하이종합지수(-0.07%)와 선전성분지수(-0.32%)는 약세로 마감했다. 위안화 환율은 역내는 달러당 6.9745위안으로 0.0045위안 오르고 역외는 6.9733위안으로 0.0025위안 내리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