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는 최초의 자발적 근대항이다. 1897년 고종이 열었다. 부산항 인천항 원산항 등이 먼저 개항했지만 이들 항구는 모두 강화도 조약에 의해 강제로 열렸고, 목포항만 유일하게 고종의 칙령으로 개항했다. 당시 목포에 일본 영사관이 있었고,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도 있었다. 목포와 신의주를 연결하는 국도 1호선과 부산으로 가는 2호선도 이곳이 기점이었다. 일본인들은 여기서 ‘1흑(黑)3백(白)’을 자국으로 실어 날랐다. 1흑은 김, 3백은 쌀 소금 목화다.
목포 구석구석엔 그런 역사가 흐른다. 새롭게 탄생한 재생공간이 아니더라도 시간의 궤적을 살피며 여행하기 좋은 도시다. 유달산 밑 볕이 잘 들고 멀리 바다가 보이는 평지에는 일본인 구역이 있었다. 조선인 구역은 산언덕 뒤편과 바다 앞 등으로 밀려났다. 목포역에서 10분 거리인 목포오거리가 여행의 시작점이다. 만호동, 유달동 일대 남촌은 적산가옥과 일본풍 건축물이 밀집해 있다. 지금도 잘 정돈된 일본식 정원과 가옥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최초의 근대식 건물인 옛 일본 영사관은 유달산이 주변을 감싸고 있고, 아래로는 일본인 주거지와 항구가 한눈에 보인다. 건물 뒤편엔 82m 길이의 방공호도 그대로 남아 있다.
목포 어촌의 상징인 온금동, 서산동은 당시 삶과 애환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서산동 시화골목은 목포 어촌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곳이다. 시인과 화가, 주민들이 뜻을 모아 2015년부터 3년간 조성했다. 영화 속에도 나왔던 ‘연희네 슈퍼’를 시작으로 세 갈래 길이 나오는데 어느 골목으로 올라가도 ‘보리마당’과 만난다. 이 길에는 동네 할머니들이 직접 쓰고 그린 시와 그림이 붙어 있다. 삐뚤빼뚤하지만 삶의 깨달음이 가득한 할머니들의 시를 만날 수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