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점 기괴한 '거울의 방'…아시아 최고 핫플레이스로

입력 2022-12-08 16:27
수정 2023-04-30 14:34

거울로 된 작은 방에 들어서면 눈이 핑핑 돈다. 구형 구조물들에 새겨진 물방울무늬가 사방팔방에 반사되면서 마치 무한히 늘어나는 듯한 착각을 주기 때문이다. 이 기괴한 방은 홍콩 M+미술관에 설치된 구사마 야요이(92)의 신작 ‘점에 대한 집착-천국의 사랑에 대한 열망’이다. 작품을 체험한 뒤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는 관객이 많지만, 입구에는 언제나 긴 줄이 늘어선다. 이곳이 아시아 최고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이기 때문이다. 내부에는 2인 1조로 입장할 수 있고, 최대 20초 체류할 수 있다.

지난달 12일 M+에서 개막한 ‘구사마 야요이:1945년부터 지금까지’에는 이 작품을 비롯해 구사마의 초대형 신작이 석 점 나와 있다. 대형 조각 ‘호박’ 두 점과 구사마 특유의 물방울무늬를 넣은 ‘소프트 조각’(천과 솜 등 부드러운 재료로 만든 조형 작품)인 ‘신경의 죽음’ 등이 압도적인 크기와 완성도를 뽐낸다. M+가 이 전시를 위해 구사마에게 제작을 의뢰한 작품이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들은 80년 가까운 구사마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1950년대 후반 미국 정착 초기 시절의 ‘무한망’ 연작과 지난 10여 년간 그린 새로운 화풍의 그림들이 풍성하게 준비돼 있다. 미술관 소장품에 일본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빌려온 작품들을 더했다.

250홍콩달러(약 4만1000원)에 이르는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구사마 작품 애호가라면 이 전시 하나를 보기 위해서라도 홍콩으로 날아갈 가치가 있다. 다만 ‘호박’ 그림 연작은 빠져 있다. 국내 컬렉터들이 구사마의 작품 중 호박 연작을 가장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전시는 내년 5월 14일까지.

홍콩=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