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08일 15:5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안정적인 투자처로 평가받았던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이 찬밥 신세가 됐다. 예금 금리가 5%대로 치솟으면서 투자 메리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반공모에서 미달난 스팩이 속출하면서 당분간 스팩 상장 열기가 주춤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날 일반청약을 마감한 NH스팩27호와 IBKS스팩21호가 나란히 청약 미달 사태를 빚었다. NH스팩27호의 경쟁률은 0.58대 1, IBKS스팩21호는 0.95대 1로 각각 집계됐다. 청약 건수는 NH스팩27호 910건, IBSK스팩21호는 369건에 그쳤다.
청약건수가 적어 추가 납입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NH스팩27호의 균등 배정 물량은 892~893주이며 IBKS스팩21호는 1355~1356주다. 최소 청약 주식 수인 10주만 청약한 투자자가 납입한 청약증거금은 2만원으로 균등 배정 물량을 모두 받으려면 NH스팩27호의 경우 약 180만원, IBSK스팩21호는 약 270만원의 추가 납입이 필요하다.
스팩 일반청약에서 미달이 발생한 건 2020년 12월 유안타스팩7호 이후 약 2년 만이다. NH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실권주를 추가 청약을 넣은 기관투자자에게 배정할 예정이다.
스팩에 대한 일반투자자의 관심은 점차 시들해지고 있다. 10월까지 두 자릿수 이상이었던 스팩 일반청약 경쟁률은 11월 들어 한 자릿수로 낮아지더니 12월 들어 미달 사태로 이어졌다. 11월 일반청약에 나선 스팩 4곳의 평균 경쟁률은 5.6대 1로 집계됐다.
1000대 1을 넘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도 크게 낮아졌다. 12월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한 IBSK스팩21호의 경쟁률은 14.7대 1, BNK스팩1호는 2.1대 1로 집계됐다. 미래에셋드림스팩1호와 유안타스팩11호 등은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가를 모으지 못해 상장을 잠정 철회하기도 했다.
올해 역대 최다 건수의 스팩 상장이 이뤄지면서 투자자가 분산된 결과라는 평가다. 올해 신규 스팩 상장은 41건이 이뤄졌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는 스팩 6건을 포함하면 총 47건으로 이전 사상 최대치였던 2015년(45건) 기록을 넘을 전망이다.
상장 스팩의 주가가 공모가(2000원)를 밑도는 점도 투자자의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상장 스팩 73개 중 약 40%인 29개의 주가는 공모가인 2000원 이하에 형성됐다.
스팩 시장의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자 후발주자들도 긴장 상태다. 연내 공모 절차를 착수한 스팩은 BNK투자증권의 첫 스팩인 BNK스팩1호를 비롯해 신영스팩9호, 미래에셋비전스팩2호, 유안타스팩12호 등 총 4곳이다. 이밖에 스팩 8개가 상장예심을 통과했거나 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증권사들은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스팩의 예치 이자율을 기존 2% 안팎에서 4~5%로 높이는 등 타개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기에 3년이란 시간을 기다려야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스팩의 매력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스팩을 상장시키는 것조차 쉽지 않아진 만큼 스팩 상장 전략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