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없는 세상 온다"…대기업도 도장 '쾅' 찍은 이곳

입력 2022-12-12 09:59
수정 2022-12-12 16:05

주차시 사각지대 없이 후진을 돕는 차량위치자동표시시스템(Around View Monitoring system, 이하 AVM)인 이른바 '어라운드뷰'는 2007년 일본의 닛산과 클라리언이 공동 개발한 기술이다. 주차를 어려워하는 운전자들에게 필수 옵션으로 꼽히면서 최근 고급 승용차부터 자율 주행 차량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이 5~10km의 저속 주행에서만 작동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국내 모빌리티 AVM 전문기업 '에이스뷰'는 다채널 광각 카메라를 이용해 고속 주행에서도 어라운드뷰가 작동하는 '엠에이브이엠(M-AVM)'을 개발했다.

손승서 에이스뷰 대표(사진)는 "시속 100km 이상 고속 주행시에도 어라운드뷰 구동이 가능한 건 전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며 "주차 보조용 등 한정적으로 쓰이는 일반적인 어라운드뷰와 차별성을 갖는다"고 입을 열었다. 185°의 초광각 카메라 4개를 차량 전후좌우에 장착해 운전자가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차량 주변을 왜곡없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어 안심 주행 기술로도 불린다.



고속 주행에서 어라운드뷰 작동이 가능한 건 초당 30프레임 영상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스티칭(Stitching)' 기술을 갖고 있어서다. 풀HD 화질의 초광각 카메라 4개 이상으로부터 영상을 받아 합성하고, 이를 이미지 프로세서 제어기 내 프로그래머블(FPGA) 칩을 통해 처리한다. FPGA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비메모리 반도체로, 에이스뷰의 기술 운용에 필수 부품이다.

손 대표는 "안전과 함께 중요한 게 사고 발생시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담은 영상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차량이 사고로 소실되면 모든 증거가 사라지지만 엠에이브이엠은 중앙관제로 영상을 실기간 송출받기 때문에 사고 원인까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이스뷰는 이같은 기술을 토대로 국내 완성차 대기업, 버스, 택배차량, 상용차, 군용차, 특수목적차, 대형 농기계, 선박 등 거대 운송 수단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엠에이브이엠은 2018년 이후 약 3000여대 이상 탑재됐으며 남미, 아시아, 중동국가 등 해외 수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 버스에 AVM 기반의 동영상 실시간관제 시스템의 상용화를 시작으로 글로벌 택배회사인 DHL에도 공급하는 등 '동영상 실시간관제' 시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올해는 매출 30억원 가량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며 내년 100억~2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손 대표에게 창업 이유를 묻자 어린이 안전 사고 이야기가 돌아왔다.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기준을 강화한 법안인 '세림이법' 시행이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끊이지 않는 통학 차량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기술 개발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지난 4월엔 45인승 대형 전기스쿨버스 신차 발표회에서 에이스뷰의 3D 어라운드뷰를 선보였다. 그는 "동영상 실시간 관제시스템이 통학 차량에 탑재되면 학부모들은 휴대폰으로 자녀들 등하교 및 차량 내 상황을 실시간 제공 받을 수 있다"며 "어린이들이 통학버스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대형상용차 제조업체에 에이스뷰 기술이 들어간다"며 "머지 않아 엠에이브이엠이 차량 블랙박스 시장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폴란드 방산청 초청으로 현지 수출도 논의 중"이라며 "북미, 유럽은 물론 아랍에미레이트,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오스트리아 등 해외 진출 속도를 더욱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