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스보일러 및 온수기 전체 수출의 약 90% 담당, 미국과 캐나다 콘덴싱 보일러·온수기 1위, 국내보다 더 많은 미국 시장 매출….
‘국가대표’ 보일러 기업으로 세계 30여 개국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경동나비엔에 대한 수식어들이다. 올해 창립 44주년을 맞은 경동나비엔은 국내 보일러 1위를 넘어 ‘생활환경 가전 기업’으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 보일러 제품군을 ‘온수 가전’으로 새로 이름 붙이며, 제품을 바라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제품을 다각화하고 청정환기 시장에서 새롭게 입지를 굳힌 것이다.
이 회사의 사명(社名) 나비엔은 ‘에너지(Energy)와 환경(Environment)의 길잡이(Navigator)’라는 뜻을 담고 있다. 김종욱 경동나비엔 대표는 “올해를 기점으로 경동나비엔은 생활환경 기업으로의 기반을 완성할 것”이라며 “에너지 절감과 환경 보호라는 방향성을 토대로, 고객의 삶을 더욱 쾌적하게 만드는 혁신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유명한 경동나비엔경동나비엔의 전신인 ‘경동기계’는 1978년, ‘최고 효율의 에너지 기기로 대기오염을 최소화하겠다’는 일념으로 탄생했다. 1988년엔 아시아 최초로 콘덴싱 가스보일러를 개발했다. 콘덴싱 보일러는 배기가스의 숨은 열을 재흡수해 난방과 온수에 활용해 일반 보일러 대비 가스 사용량을 최대 28.4%까지 절감하고 온실가스의 일종인 질소산화물(NOx)을 최대 79%까지 저감한다.
일반 가스보일러가 보급되기 시작한 당시, 콘덴싱 보일러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탓에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경동나비엔은 환경보호와 에너지 절감을 위해 꼭 필요한 제품이라는 신념으로 꾸준히 관련 기술 개발을 선도했다.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1998년 세계 최초로 스테인리스스틸 일체형 열교환기 상용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1991년이 전환점이었다.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드려야겠어요”라는 TV 광고 문구로 국내에서 히트를 쳤고, 세계 무대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한·중 수교 직후 중국 법인을 설립(1992년)한 데 이어 2006년 미국, 2014년 러시아와 영국 등 해외 법인을 잇달아 세웠다.
‘콘덴싱 온수기’를 전략 제품으로 삼아 북미 시장부터 공략하기 시작했다. 오래된 가스관이 많은 시장 특성상 순간식 온수기는 보급이 쉽지 않았고, 가스관 교체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콘덴싱 온수기 제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경동나비엔은 콘덴싱 온수기와 보일러 부문에서 미국과 캐나다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북미 콘덴싱 온수기 시장 점유율은 47.5%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미국법인 매출은 33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6% 증가했다. 올해 연간 실적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경동나비엔은 북미 시장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해 1조1029억원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26.3%. 업계 최초로 ‘1조원 매출 클럽’에 입성했다. 2017년 이후 매년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었다. 작년에는 해외 매출 비중이 64.14%를 기록했다. 지난 5일엔 업계 최초로 ‘5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2019년부터 3년 연속 세계 시장점유율 5위 이내, 5% 이상의 기준을 충족하는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됐다. ○‘생활환경 가전기업’으로 변신2015년에는 사업영역을 확장해 온수매트 시장에 진출했다. 프리미엄 온수매트 ‘나비엔 메이트’는 매트로 돌아오는 물의 온도까지 감지해 최적의 온도를 구현하는 ‘듀얼 온도센싱’ 기능과 좌우 매트 온도를 1도 단위로 조절하는 분리 난방 기술 등을 선보였다. 최근 1도를 넘어 0.5도 단위로 온도 조절이 가능한 온수매트 신제품을 출시해 ‘슬립테크’(숙면기술)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2019년엔 공기 청정과 환기를 동시에 구현하는 ‘나비엔 청정환기시스템’을 출시했다. 겨울철 창문을 열지 않고도 난방에너지 손실 없이 청정한 공기 유입을 돕는 획기적인 제품이다. 2021년에는 주방에서 발생하는 요리 매연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나비엔 청정환기시스템 키친플러스’를 선보였다.
기존 100가구 이상 공동주택·주상복합 건축물에 의무화한 환기시스템 설치가 2020년 30가구 이상 건축물까지 확대됐고 민간 노인요양시설과 어린이 놀이시설, 영화관 등도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시장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경동나비엔은 올해 다중이용시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중대형 청정환기시스템’을 출시했다.
8월엔 온수 기능을 대폭 강화한 ‘나비엔 콘덴싱 ON AI’를 출시하며 보일러의 ‘온수 가전’ 시대를 열었다. 이 제품은 ‘온수레디 시스템’을 통해 기존 보일러 대비 93% 이상 빠르게 온수를 공급하고 동시에 사용해도 온도 변화 없이 대용량 공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경동나비엔의 매출은 경제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올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3.3% 늘어난 5424억원을 기록해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