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행동주의 투자자 블루벨 캐피털이 세계 최대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에게 사임을 요구했다. 블랙록이 전 세계 기업들에 ESG(사회 환경 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을 전파했지만 실제 투자 상황에선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다.
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블루벨 캐피털은 11월 10일 자로 핑크 CEO에게 보낸 서한에서 "블랙록이 래리 핑크의 리더십 아래에서 불합리하게 그린워싱 리스크를 포함한 평판 리스크에 회사를 노출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린워싱이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가리킨다.
핑크 CEO는 최근까지도 주주 자본주의가 아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적극적인 지지자였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주주 뿐 아니라 직원, 고객, 협력 업체, 지역사회,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번영과 공존을 우선시하는 자본주의 이념이다. 핑크는 올해 초에는 각 기업 CEO에게 보낸 편지에서 ESG라는 정치적 이슈를 위해 자산을 이용한다는 비난에 대해 적극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세페 비보나 블루벨 공동창업자 7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블랙록이 ESG에 대해 지속해서 말하는 것과 실제 행동에서 격차가 있다"며 "우리는 블랙록이 실제로 그들이 말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 통치, 사회, 환경적 관점에서 많은 나쁜 관행을 지지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또한 블랙록이 광업 대기업 글렌코어를 포함해 열탄 생산량을 늘리는 기업에 대한 투자 태도가 기존에 부정적이었던 분위기에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벨기에 화학회사 솔베이가 공업용 탄산소다를 지중해에 버리는 것을 막는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을 거부했다는 점도 전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