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사명 변경을 검토 중이다. 사명에서 ‘제당’을 빼고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임을 드러낼 수 있도록 리브랜딩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제일제당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1953년 설립할 당시 지은 이름이다. 지난 69년 동안 CJ그룹의 뿌리이자 삼성의 모태로 인식돼 온 만큼, 최종 결정까지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최근 사명에서 제당을 빼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를 대체할 사명을 정하기 위한 내부 작업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사명 변경을 검토하는 것은 사명에 설탕 제조사라는 뜻이 담겨 있다 보니 현재의 기업 이미지와 맞지 않다는 평가가 많아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설탕 사업은 그룹의 모태라는 의미가 있지만, 최근의 사업 구조와 해외 시장 공략 추세까지 고려하면 사명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고민이 오랫동안 있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의 사업 구조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해외 매출과 바이오사업 비중이 급격히 커졌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CJ대한통운 제외) 15조7443억원 중 국내 가공식품(21.5%)과 해외 가공식품(27.7%)이 절반을 차지한다. 핵산 아미노산 등 바이오 매출 비중은 39.3%다. 나머지 11.5%가 유지 제당 제분 전분 등 식품소재다. 이 중에서도 제당 매출은 3.1%(49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제당을 포함한 식품소재사업 비중은 점차 줄고 있다. 2015년만 해도 식품소재 매출은 1조782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1.9%에 이르렀지만, 이 비중은 현재 절반가량 축소됐다.
CJ제일제당은 2002년 사명을 변경한 적이 있다. 창립 후 50년간 써왔던 제일제당 대신 CJ㈜로 바꿨다. 당시만 해도 알파벳 형태의 사명이 낯설어 경제계에서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당시 제일제당 임원이던 경제계 한 인사는 “소비자에게 익숙한 제일제당을 버리고 알파벳 두 글자로 사명을 바꾼다고 하니 내부 저항이 없지 않았다”면서도 “돌이켜보면 CJ라는 사명을 토대로 그룹 정체성을 정립하고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해외 진출 토대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후 2007년 CJ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제일제당이란 이름은 5년 만에 되살아났다. CJ라는 이름을 지주사로 넘기고, 지금의 CJ제일제당으로 사명이 정해진 것이다.
CJ제일제당이 15년여 만에 다시 사명 변경을 검토하는 데 대해 내부 반응이 엇갈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비고, 고메 등 하위 식품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도 고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명 변경은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확정된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