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축산농협과 동경주농협, 합천농협, 사라신협이 고금리 특판상품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예금이 몰려 "해지를 부탁한다"고 문자를 돌리는 일이 벌어졌다. 급하게 유동성을 마련하려고 고금리 특판을 내놨다가 수천억원대 예금이 쏟아지면서 막대한 예금이자 지출을 부담하게 되자 '항복선언'을 한 것이다. 예금취급기관이 예금상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금융소비자들에게 해지를 부탁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평가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 10.35% 정기적금을 판매한 남해축산농협은 '적금을 해지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문자를 전날 적금 가입자들에게 돌렸다. 남해축산농협은 문자에서 "적금 10%가 비대면으로 열리면서 저희 농협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예수금이 들어왔다"며 "너무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하기에 경영의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1일 남해축산농협이 판매한 예금은 NH여행적금으로 당초 대면으로 100억원을 판매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상품이 직원 실수 탓에 비대면으로 풀리면서 1000억원 이상의 예수금이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농협의 출자금은 지난 6월말 기준 73억5300만원, 현금 자산은 3억2900만원에 불과하다.
경북 경주시 동경주농협에서도 최고 연 8.2% 금리의 정기적금 특판 상품을 비대면으로 내놨다가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동경주농협은 비대면으로 지난달 25일 하루동안 상품 가입을 열어놨다가 만기시 돌려줘야할 금액이 5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예금이 쏟아졌다. 지난 6월 기준 동경주농협이 보유한 현금은 10억6700만원, 출자금은 56억5200만원 정도다. 동경주농협은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우리 농협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너무 많은 적금이 가입됐다"며 “작년까지 이월 결손금을 정리하고 올해 경영정상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에 또다시 이번 특판으로 인해 경영 악화로 인한 부실이 심히 우려스러워 염치불구하고 고객님들에게 해지를 호소드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죄드리오니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제주 사라 신협도 연 7.5% 특판 자유적립식 적금(12~23개월 만기)을 출시했다가 예금이 쏟아지자 추가 불입을 막았다. 직원 실수로 정액적립식 상품에 제공하려던 특판금리를 자유적립식 적금에 적용하는 바람에 이같은 사태를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라 신협은 기존 가입자들에게 해지를 요청하고 있다.
경남 합천군의 합천농협은 지난 5일 최고 연 9.7% 특판적금을 내놨다가 이자지급 포기를 선언했다. 당시 최대가입금액이 없고 비대면으로 다수계좌개설이 가능했던 점이 화근이 됐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