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대형은행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암호화폐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암호화폐의 잠재 가치에 의구심을 표하며 규제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현지시간)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는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에 대해“애완용 돌(pet rocks)과 같다”며 “사람들이 암호화폐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애완용 돌은 1975년 미국에서 출시돼 100만개 이상 팔렸던 장난감이다. 돌을 살아있는 동물처럼 취급하는 현상 때문에 애완용 돌은 실재하지 않는 가치를 따르는 현상을 풍자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다이먼 CEO는 가상화폐 업계에 대한 금융 당국의 규제 강화를 요구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오늘날 1조달러를 밑도는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실제 시장이 존재한다고 확신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연간 200억~300억달러의 교환 비용이 드는 랜섬웨어이자 테러 자금 조달, 세금 회피, 성매매 따위”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 당국은 은행을 때리기보다는 가상화폐 같은 것에 조금 더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이먼 CEO는 그간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꾸준히 드러내왔다. 지난 9월엔 미 의원들에게 암호화폐를 두고 “분산형 폰지 사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암호화폐에 쓰이는 기반 기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분산형 금융과 블록체인은 진정한 신기술”이라고 언급했었다.
JP모간의 경쟁사인 골드만삭스도 같은 날 가상화폐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이날 가상화폐에 대해 “전혀 흥미롭지 않다”며 “비트코인이 10년 안에 어떤 가치를 가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 거래에 쓰이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선 “기관 간 거래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디지털 통화의 다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긍정론을 제시했다.
암호화폐에 비판적인 은행의 거물들은 이들 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일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는 로이터넥스트 콘퍼런스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일시적 유행이거나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본질적인 가치를 부여할 순 없다”고 평가했다. 노엘 퀸 HSBC CEO도 지난주 런던에서 열린 은행컨퍼런스에서 “암호화폐 거래나 암호화폐 고객을 대상으로 한 투자 업무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