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마약 조직, 반려견 사진에 '덜미'…개 목걸이에 전화번호가

입력 2022-12-07 17:20
수정 2022-12-07 17:38

영국 마약 조직이 비밀 채팅방에 올린 반려견 사진에 덜미가 잡혔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스카이뉴스 등은 720억원 상당의 마약을 판매하려던 대니 브라운(55)과 그 일당을 검거하는 데 브라운의 반려견인 '밥'의 사진 등이 중요한 단서가 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브라운은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까지 다량의 마약 유통을 시도하다가 체포돼 이날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브라운 일당은 40t 굴착기에 런던 시가 기준 4500만파운드(약 720억원) 상당의 MDMA(일명 엑스터시) 448㎏을 숨겨 호주에 유통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국가범죄수사국(NCA)은 "이들 일당은 지금은 폐쇄된 유럽 암호화 메신저인 인크로챗(EncroChat)을 통해 소통하며 범죄를 모의했다"면서 "2020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각국 사법 당국은 공조를 통해 인크로챗 서버를 해킹해 수집한 다량의 증거들로 범죄를 대거 적발했고, 브라운 일당도 이를 통해 붙잡았다"고 설명했다.

수사관들은 브라운이 공범 스테펀 발도프(62)에게 보낸 프렌치불도그 밥의 사진을 발견했고, 밥의 사진을 확대해 목줄에 적힌 브라운의 파트너 휴대폰 번호를 찾아냈다.

브라운의 얼굴이 비친 TV 사진이나 문에 붙은 명패에 비친 발도프의 사진 역시 이들을 잡는 단서가 됐다고 NCA는 전했다.

수사관들이 해킹한 인크로챗 대화에서 이들이 범죄를 모의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들은 마약을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호주로 보내기로 작당했고, 마약을 담은 굴착기를 정상적 경로로 판매하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온라인 경매를 조직했다.

실제 굴착기는 2020년 1월 호주에 도착했지만, 호주 당국은 마약을 찾아내 제거한 뒤 추적기와 감청 장치를 달아 원래 목적지인 시드니 경매소까지 이동시켰다.

호주 조직원들은 굴착기에서 마약을 찾기 위해 이틀을 매달렸지만 허사였다.

영국 수사 당국은 사진 등 여러 단서로 추적한 끝에 2020년 6월 브라운과 발도프를 런던 외곽에서 체포했다. 당시 검거 현장에는 브라운의 반려견 밥도 함께 있었다.

브라운은 징역 26년, 발도프는 28년, 다른 조직원 리온 라일리(50)는 24년형을 선고받았다. 마약 은닉과 굴착기 운송 등을 도운 다른 공범 3명이 받은 징역형까지 합하면 6명의 형량은 모두 140년에 달한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