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부진에 빠진 생활가전사업부에 대규모 인력을 확충한다. 국내외 경기 침체와 '세탁기 파손 사태'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은 만큼 이를 통해 힘을 싣는다는 복안이다. 사내 인력을 충원하는 데에 '일시금 2000만원' 지급 등 파격 조건을 내걸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사내 게시판 DX부문 임직원을 대상으로 생활가전사업부 인력을 모집한다고 공지했다. 모집 인원은 분야별로 최대 수십명씩이다.
조건이 파격적이다. 서류와 면접을 통과한 합격자에게 특별 인센티브 일시금 2000만원을 지급한다. 아울러 향후 3년간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목표 달성 장려금(TAI) 등 인센티브 지급 시 현 소속 사업부서와 생활가전사업부 중 상위율을 적용하고, 3년 뒤 기존 사업부 복귀가 가능하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삼성전자는 통상 각 사업부의 인력 수요 등에 따라 수시로 '잡포스팅'을 하는데, 이같은 파격 조건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생활가전사업부 인력 감소에 따른 처방이다. 생활가전사업부는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지만 국내 인력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에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올 여름 '세탁기 파손 사고'로 사업부 전체가 진통을 겪었기에 조직과 인사 전반에 대한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8월 생활가전사업부는 드럼세탁기 '비스포크 그랑데 AI'의 강화 유리문이 파손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논란이 됐다. 10월에는 생활가전사업부를 이끌었던 이재승 사장이 돌연 사임했다. 업계는 이 전 사장의 사임이 세탁기 파손 사고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5~6일 사장단, 임원 인사를 차례로 진행했지만 생활가전사업부 출신은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일부 임원들은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대규모 물갈이도 예상된다.
생활가전사업부장은 한종희 DX부문장이 그대로 겸직할 전망이다. 이 전 사장의 후임 인선에 관심이 쏠렸지만 대체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