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와 손잡고 美에 배터리 공장…SK온 'IRA 장벽' 넘을 발판 마련

입력 2022-12-06 17:34
수정 2022-12-07 01:53

SK온이 미국 켄터키주에 조성하는 배터리 합작공장 블루오벌SK가 첫발을 내디뎠다. 합작 파트너는 미국 자동차업계의 강자인 포드다. 두 회사는 블루오벌SK를 기반으로 발 빠른 전기차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공장의 생산 규모는 연 129GWh다. 연간 180만 대의 전기차에 장착할 수 있는 물량이다.

SK온은 5일(현지시간) 켄터키주 글렌데일에서 블루오벌SK 기공식을 열었다고 발표했다. 이날 행사엔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과 지동섭 SK온 사장, 함창우 블루오벌SK 대표, 릴리아나 라미레즈 포드 글로벌 인력개발 디렉터, 앤디 베셔 켄터키주지사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5월 10조2000억원을 투자해 합작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한 뒤 1년7개월 만에 공사에 들어가게 됐다. 켄터키주 1, 2공장의 생산량은 각각 연 43GWh로, 미국 내 배터리 생산공장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설비 안정화, 시운전, 제품 인증 과정을 거쳐 2025년 1분기부터 배터리셀을 생산한다. 주력 생산품은 파우치형 하이니켈 배터리 NCM9으로, 포드의 주력 제품인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등에 장착된다.

10여 년 만에 공식 경영 현장에 등장한 최 부회장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신뢰도 높은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며 “2년간 가장 크고 진화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말했다.

지동섭 SK온 사장은 지난 2일 뉴욕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어 “블루오벌SK 준공을 계기로 2025년까지 글로벌 3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SK온의 배터리 생산 능력은 지난해 5위였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지 사장은 “법안을 예상한 건 아니지만 각 생산기지의 원자재는 대륙별로 조달해 왔다”며 “미국에서 생산하는 배터리엔 호주 칠레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의 광물만 쓰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기차가 IRA의 보조금 혜택(대당 7500달러)을 받으려면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의 광물을 사용해 미국 내에서 제조한 배터리를 장착해야 한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 선제 투자한 SK온이 IRA의 수혜를 본다는 뜻이다. 그는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은 장기적으로 혜택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 사장은 북미 사업의 또 다른 파트너인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미국에서 현대차·기아 전기차가 테슬라 다음으로 잘 팔리고 있다”며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해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뉴욕=조재길 특파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