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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눈에 띄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가운데 상당수가 핀테크 회사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복잡한 규제와 기존 산업과의 마찰에도 핀테크의 몸집은 빠르게 커졌습니다. 핀테크가 유니콘의 주류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주요 금융사들은 핀테크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 하고, 밴처캐피털(VC)들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까요?
렌딧(Lendit)의 김성준 대표가 이 질문을 파고들어 봤습니다. 폭풍 성장한 핀테크 산업의 현 주소와 핀테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투자업계, 전문가들에게도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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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활 속에서 지갑이 사라진 지 오래다. 스마트폰 케이스에 카드 1장 들고 다니는 일상을 살고 있다. 생각해 보면 거의 대부분의 서비스에 ‘결제’ 기능이 붙어 있다. 우리는 어느새 핀테크와 함께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 리서치 기관 CB Insight가 취합한 전세계 유니콘 리스트에 따르면, 2022년 10월 현재 전세계 유니콘 기업의 수는 1204개로 이 중 21%인 250개가 바로 핀테크 기업이다. 전세계 혁신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유니콘 기업 5개 중 1개가 핀테크 기업이라는 의미다.
유니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핀테크 서비스들을 세분화해 보면 지불결제 서비스인 스트라이프(Stripe), 종합금융앱 리볼루트(Revolult), P2P금융 조파(Zopa), 법인카드 서비스인 브렉스(Brex), 급여관리 서비스 구스토(Gusto) 등 그 종류는 무척이나 다양하다.
금융이 우리 생활 전반에 걸친 활동인 만큼 다양한 혁신 서비스들이 발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국내 스타트업 중 유니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토스와 두나무 역시 모두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1. 유니콘 다섯 중 하나 꼴...폭풍 성장한 핀테크이처럼 전세계 혁신 산업군을 통털어 핀테크가 단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토스와 렌딧 등 국내 대표적인 핀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한 알토스벤처스의 오문석 파트너는 “금융은 인류 역사에서 보아도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큰 산업”이라는 점을 성장의 이유로 꼽았다. 산업이 점점 더 커 가면서 좀 더 효율적으로,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기 위해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성이 증대되었고, 편리하게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으로 진화해 나갔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금융 영역에서 소외되고 있는 고객들을 위해 데이터 기반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평가해 금융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분야가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며 "현재 치열하게 발전 중인 핀테크 기업들과 더불어 앞으로 탄생할 핀테크 기업들에게도 이 부분을 더욱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인 킥스타터(Kick Starter), 나스닥에서 주목받고 있는 P2P금융 업스타트(Upstart), 한국의 렌딧 등에 투자한 미국 콜라보레이티브 펀드의 브라이언 장 아시아 총괄대표는 “이미 충분한 고객과 데이터를 보유한 기존 금융기업들이 빠르게 혁신해 나가지 못한 것이 핀테크가 발전한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존 금융권의 문제점을 포착한 창업가들이 기술력을 토대로 빠르게 성장을 만들어 냈다”고 이야기했다.
금융산업과 학계, 정책 분야에 고루 몸담아 온 핀테크 전문가인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최근 핀테크가 단기간 내에 금융 산업의 주력으로 자리하게 된 데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핀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와 특히 핀테크 업체에 대한 M&A가 급증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라고 밝혔다.
KPMG에 따르면 핀테크 M&A는 2020년 758억 달러, 2021년 831억 달러로 연속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는 것. 어느덧 금융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 금융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의 초기에는 페이팔 등 빅테크들이 M&A를 주도했으나, 최근에는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등 기존 금융사들의 ‘M&A를 통한 반격’이 거세지고 있다고 정교수는 설명했다. #2. 금융사가 핀테크를 품는 이유정교수에 따르면 기존 금융사들이 핀테크 기업을 M&A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4차산업혁명과 코로나19의 충격으로 더욱 빠른 디지털화가 요구됨에 따라 급격한 구조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회사 내부의 인력 양성이나 R&D 투자 등 오가닉 성장과 더불어 M&A를 통한 외부인력 및 조직의 투입 등 인오가닉(inorganic) 성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금융 디지털.모바일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인력 및 조직이 취약한 기존 금융기업들이 빅테크와의 경쟁에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을 자각했다는 사실이다.
세번째 이유는 금융이 플랫폼화하면서 다양한 비금융서비스와 계속 융합.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생활에 필요하거나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는 게임, 통신, 의료헬스, 부동산 등의 비금융 서비스와의 융합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러한 비금융 서비스를 기술적으로 또는 사업모델상으로 연결시켜 주는 핀테크 업체에 대한 M&A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3. 핀테크하기 좋은 한국...미래는?이처럼 전세계적으로 핀테크가 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핀테크 산업 역시 꾸준히 발전 중이다. 흔히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하나는 한국이 핀테크 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 경제 활동을 하는 국민들의 신용 데이터가 국가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는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이스평가정보나 KCB와 같은 신용 관리 기업들과의 협업도 원활하다. 만일 규제가 해결된 영역이라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대출비교플랫폼을 들 수 있다. 혁신금융서비스로 규제가 완화되면서 핀다 등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내고 있는 분야다. 세계 최초로 관련 산업법이 제정된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금융)도 충분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핀테크 산업 분야다.
두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핀테크 산업의 최근 동향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들어 보았다. 알토스벤처스의 오문석 파트너는 “금융 서비스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면 일반 고객(Retail) 및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과 대출을 제외한 예적금, 투자, 신용카드 등의 ‘컨슈머뱅킹’으로 나뉘는데, 사실상 전자인 대출의 영역이 압도적으로 큰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이 두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발전해야 하는 분야는 신용평가모형(CSS)의 고도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이데이터나 기존에 축적된 데이터에 비정형적인 추가 데이터를 더하거나 응용해 기존 금융권이 제공하지 못했던 새로운 금융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이 핀테크 발전의 키(Key)를 갖게 될 것”이라며 “다양한 시도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금융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핀테크, 즉 진정한 기술 기반의 금융이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이언 장 콜라보레이티브 펀드 아시아총괄대표는 “최근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유니콘 기업들이 상장하고 엑시트가 일어나며 기업 가치가 성장했지만, 2022년에는 글로벌 경제의 영향으로 많은 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러한 부분이 비단 핀테크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도 반영돼 더이상 무조건적인 성장보다 건강한 성장과 현금흐름에 보다 더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때 유니콘의 명성을 얻었던 회사들도 상장 이후에 기업 가치가 급속도로 떨어져 자본력이 좋은 금융 기업이나 은행권에 저가 인수가 될 가능성마저 보이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4. 핀테크 전성기...어떻게 이어가나그렇다면 이러한 글로벌 혹한기에 국내 핀테크 산업이 지속적인 발전을 이어 가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지 정유신 교수에게 조언을 청해 보았다.
첫번째는 투트랙의 마중물 투자 전략이다. 초기 단계 전용 펀드 조성을 통해 핀테크 붐을 이어 나가는 한편, 싱가포르의 ‘테마섹’이나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와 같은 유니콘 펀드를 준비하자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스케일링 업하는 과정에 지속적인 투자를 지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두번째는 지속적인 규제 완화다. 정교수는 특히 업무 규제 완화를 통해 금융 회사와 핀테크 간의 협업을 강화시키는 것과 데이터 정보에 대한 규제 완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번째는 핀테크 스타트업들 스스로가 자금이나 인력 운용면에서 스마트한 경영을 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네번째는 섭테크(Suptech)와 레그테크(Regtech)를 적극 도입함으로써 금융 산업의 관리.감독 역시 디지털화 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섭테크는 감독(Supervis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금융 감독 프로세스에 IT 기술을 적용하는 다양한 기법을 의미한다. 레그테크는 규제(Regul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금융 회사의 내부 통제와 규제 준수를 지원하는 기술들이다. 이렇게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접목함으로써 사전 관리부터 사후 감독까지 프로세스를 효율화시키는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정교수는 설명했다. #5. 기업가치보다 주목해야할 것
최근 경기 침체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테크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고, 유니콘 기업들의 가치 역시 떨어지고 있다는 기사가 많이 나온다. 물론 ‘유니콘’이란 용어 자체가 기업 가치가 1조원을 넘은 비상장 기업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유니콘과 기업 가치는 늘 함께 언급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 기업 가치란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다. 유니콘이라고 불리는 이 기업들은 단지 몸값이 높은 회사들이 아니라, 기존 시장의 문제점과 비효율을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명쾌하게 해결해 냄으로써 세상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사용자들을 조금은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준 회사들이라는 점에 더욱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회사들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모두가 향후 수 년 간 경기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혁신 기업들은 계속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도 우리 앞에 펼쳐진 미래를 고민하며 잠 못 이루고 있을 모든 창업자들을 응원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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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딧 | 김성준 대표
3차례의 창업 경험을 가진 연쇄 창업가. 첫 창업은 2009년에 했던 기부의 일상화를 위한 사회적 기업 1/2 프로젝트. 두번째는 2011년 스탠포드 대학원 재학 중 창업 수업에서 만난 팀과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던 스타일세즈(StyleSays)다. 세번째 창업한 렌딧은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한국에 돌아와 개인 대출을 해 본 경험을 통해, 중금리대출이 부재하다는 사회적인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한 회사다.
대학 시절이었던 2006년에 2012년 세계적인 IT기업인 인텔에 인수된 AI 스타트업 올라웍스의 초기 디자이너로 참여하며, 스타트업이라는 미래에 눈떴다. 실리콘밸리에서 경험한 창업가 정신과 혁신적인 조직의 기업 문화를 렌딧에 이식하고 적용, 전통적인 금융 인재들과 혁신적인 IT 인재들이 성공적으로 융합한 테크핀(TechFin) 조직으로 성장시켜 나가고 있다.
서울과고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스탠포드대학원 기계과 프로덕트 디자인 석사 전공 도중 자퇴하고 스타일세즈(StyleSays)를 창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