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생계 어렵다더니…면허 대여로 月 수백만원 버는 화물연대 기사

입력 2022-12-05 18:22
수정 2022-12-13 16:4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일부 간부 등 조합원들이 화물 차량과 면허권(번호판)을 대여해 월 수백만원의 부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수입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며 파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뒤에선 ‘현대판 지주’ 행세를 하며 고소득을 올리는 조합원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국토교통부와 운송사, 복수의 조합원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 조합원 상당수는 한 명이 여러 대의 차량을 굴리고 이를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부가 소득을 올리고 있다. 국토부 집계 결과 이날 기준 두 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한 화물 기사는 776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차량은 2만407대로 1인당 평균 2.6대를 보유하고 있다. 상당수 차량과 면허를 소유한 기사들이 수십~수백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차량을 굴리고 있는 셈이다.

화물차 면허는 개별 면허와 임대 면허로 나뉜다. 개별 면허는 1인당 1개 면허가 원칙이다. 25t 화물차의 경우 개별 면허 가격은 3000만~4000만원으로 화물차 가격까지 합하면 초기 비용은 1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이들은 배우자 등 타인의 명의로 복수 면허를 발급받아 이를 빌려주는 형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임차인 월 수익의 일정 비율을 떼가는 대신 차량과 면허를 빌려주는 형태다. 임대인 중에는 화물연대 간부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 업계에 정통한 복수 소식통의 전언이다.

한 화물 운송 기사는 “간부 중 일부는 수백만원의 노조 전임비와 임대료 수익을 함께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임대면허 보유 조합원들은 운수 회사로부터 면허 여러 장을 대여받아 이를 다시 빌려주는 형태로 수익을 올린다. 한 명이 세 개 이상의 면허를 갖고 있으면서 개당 수십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정부도 화물 기사들이 화물차 허가제 본래 취지를 악용하고 있다고 보고 적정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2004년 화물차주들의 적정 운임을 보장해주기 위해 화물 면허를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했다. 일종의 진입장벽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화물 면허제 도입 당시 200만~400만원 수준이던 면허 가격은 현재 수천만원까지 올랐고 조합원들은 이를 악용하기 시작했다. 면허 제도를 지렛대 삼아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한 것이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변호사는 “타인의 명의로 면허를 발급받고 제3자에게 대여해 수수료를 챙기는 행위는 브로커와 다름없다”며 “등록제 전환 혹은 브로커에 대한 처벌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실태 조사 및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개별면허를 타인의 이름으로 보유한 뒤 부가 소득을 올리는 사례가 확인되면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면허를 대여하는 과정에서 소득 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세청과 협력해 소득세 탈루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면허를 대여해 수익을 얻는 것은 일종의 불로소득으로 당초 법 취지와 다른 것”이라며 “소득 신고 누락 등 강도 높은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강호/구교범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