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 직책을 신설했다. 현대중공업 오너 3세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사진)이 역점을 두고 있는 신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인공지능(AI)의 힘을 빌려 선박 기술·공장가동률을 높이는 등의 대대적 사업 전환을 꾀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김영옥 한국조선해양 빅데이터·AI팀 담당 상무를 CAIO로 임명했다. 김 상무는 그룹의 AI빅데이터 사업 전략을 짜고 사업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숭실대에서 인공지능(AI) 석사 학위를 취득한 김 상무는 LG CNS와 현대자동차 등에서 AI, 빅데이터, 디지털전환(DX) 관련 업무를 담당해 왔다. 한국조선해양 빅데이터·AI팀 임원으로 영입된 것은 지난 9월이다.
조선업계에서 CAIO를 신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AI와 빅데이터 기술 내재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그룹은 정 사장 주도로 선박 운항과 조선소 건설에 AI·빅데이터를 적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계열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아비커스는 선박 AI 자율운항 기술을 개발 중이다. AI를 활용해 선박이 사람 없이 스스로 운항하고, 연료 효율을 고려한 최적의 운항을 돕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 사장은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을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신사업으로 점찍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내벤처 1호인 아비커스는 2020년 12월 설립돼 지난해 1월 분리됐다. 지주사인 HD현대가 60억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아비커스는 올 6월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을 자율운항해 태평양을 횡단했다. 미국선급협회(ABS)는 이 같은 성과를 인정해 아비커스에 자율운항 선박 관련 증명서(SOF)를 세계 최초로 발부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자율운항과 별도로 2030년을 목표로 스마트조선소인 ‘FoS(Future of Shipyard)’도 추진하고 있다. FoS는 AI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등의 기술을 활용해 생산을 최적화·자동화한 스마트조선소 구축 사업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FoS 프로젝트를 위해 세계 1위 빅데이터 기업인 미국 팰런티어테크놀로지스와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정 사장은 일련의 AI 사업 구상을 내년 1월 5~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3’에서 밝힐 계획이다. 그는 CES에서 AI 등을 적용하는 등 해양산업에 대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의미의 ‘오션 트랜스포메이션’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사업에 발맞춰 투자도 늘리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부터 5년 동안 스마트 조선소·무인화 기술 개발 및 스마트 에너지 사업 등에 12조원, 자율운항 선박·빅데이터 플랫폼 등 디지털 분야에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