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지주사인 한진칼에 올해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354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칼 매출(별도 기준)의 절반을 웃도는 액수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일 이사회를 열어 한진칼에 올해 상표권 사용료 354억20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의했다. 지난해 12월 책정한 사용료(228억8000만원) 대비 54.8% 늘었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등 각 계열사 매출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의 0.11~0.25%를 상표권 사용료로 받는다. 계열사들이 한진칼 브랜드를 사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일종의 수수료다. 한진칼이 매년 말 계열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2013년 지주사로 출범한 한진칼은 인적분할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소유하던 상표권을 모두 넘겨받았다. 대한항공, KOREAN AIR, KAL 등 이름뿐 아니라 태극 문양 등 각종 로고의 상표권도 모두 한진칼이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의 작년 매출(별도 기준)은 334억원이다. 이 중 대한항공이 지급한 상표권 사용료는 231억원이다. 매출의 69%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 전 대한항공은 매년 한진칼에 300억원 안팎의 상표권 사용료를 냈다.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줄어든 2020년엔 187억원으로 급감했다. 화물 호황에 힘입어 매출이 다시 증가하면서 한진칼에 지급하는 상표권 사용료도 예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진칼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대한항공 지분 26.1%를 보유하고 있다.
여객 수요 회복에 힘입어 대한항공이 한진칼에 매년 지급해야 하는 상표권 사용료는 예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내년 1월부터 2024년 12월 말까지 610억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지난 1일 한진칼과 수의계약을 맺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