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사진)은 국책사업을 협의하기 위해 대구에 내려오는 정부 인사를 만나거나 국회 등 출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구내식당에서 4000원짜리 점심식사를 한다. 내년에는 시장 업무추진비를 30% 삭감했다. 내년 대구시 예산 중 이렇게 줄인 간부 공무원 업무추진비가 2억5800만원이다. 시 관계자는 “직원들도 외부 인사와 식사할 때 간소한 메뉴로 절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올해 말까지 총 2000억원의 채무를 갚게 된다고 5일 밝혔다. 시가 ‘총력 채무 상환’에 나선 지 6개월여 만이다. 시는 내년에도 1400억원, 2024년에는 3800억원의 빚을 추가로 상환할 계획이다. 시는 민선 7기 말 2조5758억원으로 특별·광역시 중 2위로 19.2%인 채무 비율을 임기 말인 2026년 6.4%까지 낮출 방침이다. 홍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빚 갚기 전쟁’에 나선 것은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한 해 시가 내는 이자만 5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시는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채무 상환을 위해 민원성, 선심성 예산을 과감하게 없앴다. 장지숙 시 예산총괄팀장은 “500만~1000만원짜리 민간보조사업만 수백 개에 달했다”며 “복지와 민생, 미래를 위한 사업을 제외하고는 과감히 줄이는 긴축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부채 감축은 정부보다 한발 앞선 건전재정 정책으로 고금리 및 레고랜드 사태로 빚어진 자금 경색과 경제위기 상황임을 감안할 때 돋보이는 성과라는 평가다.
지난 3일 대구를 찾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시절 600조원이던 국가채무가 1000조원으로 400조원 증가했다”며 “경제위기가 닥치면 국가 채무관리가 안 되는 상황이 올 수 있어 마냥 확장 재정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취득세 등 지방자치단체의 주된 세입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도 이런 대구시의 선제 대응에 대한 긍정 평가를 높이고 있다.
홍 시장은 내년까지 3400억원의 빚을 줄이는 예산안을 편성하면서도 대구 미래 50년 사업 예산은 오히려 늘렸다. 비결은 관행적으로 해오던 사업 예산을 줄이고 민원성, 선심성 예산을 과감하게 축소한 덕분이다.
대구시는 5대 미래산업투자와 첨단기업 육성에 3400억원, 민생 활력 제고에 3220억원, 사회안전망 구축에 5조1600억원을 편성하고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글로벌 수변도시 조성에 706억원을 배정했다. 또 도시 활성화와 균형발전, 대구그랜드 디자인 등에 1조1400억원의 예산을 세웠다.
홍 시장은 “민원성·선심성 예산, 정치 예산은 철저히 배제하면서도 민생과 복지, 미래산업 육성, 대구 미래 50년을 위한 사업 예산은 늘렸다”며 “빚을 갚지 않으면 미래 사업도 추진할 수 없는 만큼 재정혁신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