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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사업을 병행하는 방위산업주가 경기침체기에 투자할 만한 ‘방어주’로 월가의 관심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군비 경쟁 심화로 인한 반사이익뿐 아니라 우주 산업 성장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이들 방산주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폭격기·로켓 만든 노스롭그루먼, 올해 주가 42% 올라 2일(현지시간) 미국 방위산업체인 노스롭그루먼의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전일 대비 2.89% 오른 545.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1월 3일) 대비 42%나 올랐다. 지난 10월 31일 기록했던 연중 최고가(549.01달러)에 약 1% 모자라다. 경기 둔화 여파로 올해 S&P500 지수가 15% 하락한 것과 대비되는 주가 상승세다.
노스롭그루먼은 시가총액이 약 840억달러(약 109조원)에 달하는 미국 전투기 업체다. 지난 2일 미 공군이 최초 공개한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B-21'가 이 업체의 손을 거쳤다. 2015년 보잉·록히드마틴 컨소시엄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스텔스 폭격기 개발 사업을 수주한 성과다. 노스롭그루먼은 내년 중반 시험 비행을 목표로 B-21 6대를 조립 중이다. 미 공군은 이 폭격기를 최소 100대 구매하기로 했다. 대당 가격은 약 7억달러(약 9100억원)로 알려져 있다.
월가가 주목하는 건 이 업체가 확장 중인 우주 사업이다. 지난달 7일 미 항공우주국(NASA)은 노스롭그루먼이 개발한 대형 우주로켓인 ’안타레스‘의 발사에 성공했다. 이 로켓은 우주정거장으로 약 8000kg 규모 화물 운송이 가능하도록 42.5m 길이로 설계됐다. 지난달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노스롭그루먼은 비슷한 체급의 업체 중에선 최고의 우주 사업을 하고 있다”며 “이 회사의 우주 사업부는 거의 모든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투자전문매체 시킹알파는 이 업체의 우주 사업 매출이 2021~2025년 연평균 7.4%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코웬 "방위비 인상, 항공우주 수요 증가세 호재"노스롭그루먼의 업계 라이벌인 레이시온도 올해 주식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이 업체의 지난 2일 주가는 전일보다 1.52% 오른 101.1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연초 주가보다 16%보다 높다. 항공기 엔진과 미사일 생산에 주력하는 이 업체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 육군은 “레이시온과 지대공방어시스템인 ‘나삼스’ 6기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규모는 12억달러(약 1조5500억원)다.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의 계약이다.
레이시온도 인공위성을 이용한 우주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지구 관측용 인공위성 시스템을 지원할 뿐 아니라 방위산업 역량을 살려 인공위성을 이용한 미사일 경보시스템 구축 사업도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뉴욕 투자업체인 코웬의 카이 폰 루모르 애널리스트는 레이시온에 ‘매수’ 의견과 함께 목표 주가 120달러를 제시했다. 폰 루모르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약해졌던 항공 수요가 내년 회복되면서 민간 항공우주시장이 커질 것”이라며 “2024~2025년 방위비 지출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도 레이시온 매출에 호재”라고 설명했다.
론 엡스타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해 우회 상장을 한 우주 기업들의 주식이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금난 여파로 올해 상당히 떨어졌지만 우주 관련 종목은 고성장 시장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자원·제조·정거장·관광 등의 산업이 장기적으로 호황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6일 NASA가 발사했던 아르테미스 1호의 탐사선 부분인 ‘오리온’이 오는 11일 지구로 돌아오는 등 ‘우주 이벤트’가 있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